[2004 증시] '안정형'이 절반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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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자산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맡아 알아서 관리해주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첫선을 보인 이래 삼성증권이 3천5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은 것을 비롯해 LG.대우.대한투자.동원.미래에셋 등 6개 증권사가 6천억~7천억원가량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면서 증시의 자금 수급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용조 대치동지점장은 "매일 20통가량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고 하루 평균 2억~3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은행을 이용하던 고객들은 물론 법인들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상품 중에는 채권과 주식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인 '안정형' 상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정형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직접 주식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때문에 전체 판매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수익률도 기대 이상이다. 대우증권의 '마스터랩'이 최근까지 6~8%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대부분의 상품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조완연 머니매니저는 "투자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종목을 선택하고 성과가 좋은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을 맡기고 있다"며 "향후 증권사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돼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랩어카운트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동부 원랩'을 출시했다. 동부증권은 2004년 11월 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에 대해 첫 계약기간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 3%의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한국투자.교보.굿모닝신한.메리츠.우리증권 등도 한두달 안에 랩어카운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신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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