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쌓기” 밀어붙이는 YS/「TK정치」 청산공세 배경과 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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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 핵심권내 흐름 “세불리”승부수 선택/친·인척으로 표적압축 「1월담판」선공
차기대통령 후보자리를 둘러싼 민자당 집안싸움은 「총선전 후보결정」「총선후 전당대회」의 두주장이 팽팽한 대치국면을 이뤄온 가운데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가 「TK정치청산」을 새롭게 제기하면서 총공세를 펼칠 태세여서 새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TK정치청산론의 주요골자는 이른바 TK세력(대구·경북)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문민정치의 길을 역행하고 있는 만큼 이 구도를 깨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김대표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1차로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의 TK인사 배제를 정식 요구하고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대 국민정치활동을 통해 TK정치청산운동을 강도높게 펼쳐 나간다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TK정치청산론의 주표적은 1차로 대권논의과정에서 YS견제에 앞장서고 있는 노대통령의 일부 친인척 및 그들과 끈이 닿아있다고 생각되는 일부 청와대 참모들에게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대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김복동·금진호씨,박철언의원에 대해 최근 김대표는 『대통령 친인척들이 한꺼번에 3명씩이나 공천을 받는다면 전임자때와 다를 게 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계 많은 인사들은 후계자결정의 최종 열쇠를 쥐고 있는 노대통령이 최근 총선전 후보가시화 불가를 선언하는 등 YS배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바로 대통령 주변인사들의 입김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격리시키는 작업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같은 TK정치청산으로 발전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계쪽에서는 TK청산 요구가 TK의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및 최근 노대통령의 지나친 친인척중심 경향 등으로 국민정서에도 부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민주계측은 TK배제나 문민정치실현을 주장하며 그 대안은 김대표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그룹의 반발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돼 대권갈등은 이들 양세력간 파워게임형태로부터 표면화될 가능성이 짙다.
특히 「TK정치」란 말속엔 현재의 통치스타일에 대한 비판적 의미도 내포돼 있어 경우에 따라선 현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소지도 있다.
민주계가 TK정치청산론을 제기하고 나선 배경은 최근 노대통령의 총선전 후보가시화 불가발언 이후 현저해진 세불리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총공세 개시­탈당 명분축적­대타협모색 등 다각적인 목적을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최형우 정무장관의 주도로 진행된 일부 민주계 의원들의 「결속」서명작업은 핵심여권의 YS배제분위기에 대한 민주계의 팽배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번 새 이슈 제기 역시 막판몰림에서 취해진 승부수임을 읽을 수 있다.
최근 김대표는 핵심참모들과 대책회의를 통해 서명작업은 자칫 역작용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중단토록 하는 대신 정면승부수를 채택하게 된 것이라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공격목표를 TK로 압축,선명하게 부각시킴으로써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민정·공화계의 반YS연대전열을 흐트러 뜨리며 「TK」에 대한 비판적인 일반여론을 등에 업겠다는 전술이다.
이처럼 민주계가 TK배제와 문민정치 실현을 내세우는 것은 여론을 등에 업고 싸운다는 YS의 지금까지의 전술이며 또한 탈당에 대비한 명분축적용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의 탈당불사론은 대권욕과 직결돼 김대표의 이미지만 흐려놓았다는 내부비판이 제기돼 왔었다.
김대표는 이제 탈당하더라도 『대권때문이 아니라 TV청산에 의한 문민정치 실현을 향해 국민과 함께,국민편에 서서 싸우겠다』는 새로운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며 그를 바탕으로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고 여겨진다.
반면에 『TK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서 물러나고 TK정치의 청산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면 전당대회를 총선후 치를 수도 있다』고 덧붙인 대목은 협상을 희망하는 민주계측의 또다른 표현으로 읽혀진다.
현재의 핵심여권내 기류로 미뤄볼때 아킬레스건일수도 있는 친인척배제가 협상대상이 되기는 어려워 보여 TK청산론은 협상용이라기 보다 공세용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계는 일단 1월 담판전에 여론활용등의 방법으로 강도높은 공세를 펼쳐 세불리의 형세를 반전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그 바탕위에서 담판을 벌이되 대권의 가능성이 담보되는 조건의 실질협상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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