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돌라보다 로프작업이 마음편해"|"처음할때는 잠잘때도 떨어지는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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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곤돌라를 타기보다는 혼자 로프를 타고 작업하는게 더 마음이 놓입니다. 기계는 고장이 날 수 있지만 로프는 혼자의 힘으로 움직이므로 나만 잘 하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형건물 유리창 청소 전문용역업체인 대경실엄 대표 이용준씨(30)는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동료이기도 하다.
그는 63·럭키금성·무연회관·KBS 본관등의 초대형 건물을 연간계약, 9명의 인부와 함께 작업을 한다. 『대형건물은 모두 곤돌라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정비와 조작을 맡고 있는 건물주측 직원들이 과연 스스로의 생명이 달린일로 생각하고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불안할때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며칠전 교보빌딩에서 외벽 항공유도등 교체작업을 하다 로프가 끊어져 인부가 추락사한 사고에 대해서도 그는 『물리적으로 낡았다기보다 조작잘못으로 로프가 끊어졌을 가능성이 더크다』고 진단했다.
전남 목포출신인 이씨는 유도대학을 2년 다녔으나 가정사정으로 그만두고 24세때인 85년부터 고층건물 유리창 닦이를 시작했다.
일당이 괜찮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였으나 고층건물에 올라가 로프를 타고 유리창을 처음 닦고나서는 1주일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자리에 누우면 자꾸만 높은데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
그러나 한번 시작한 일인데 이 분야에서 성공해 보자는 결심으로 일을 계속했고 2년뒤인 87년에는 인부들을 모아 현재의 용역사를 차리게 됐다.
청소계약은 1년단위로 하기 때문에 목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요즘은 인건비가 자꾸 오르는데다 보험료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생각처럼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고 했다.
63빌딩의 경우 2개월에 한번씩 청소를 하는데 10명의 인원이 하루 8시간씩 보름간 일해야 끝나게된다.
1백∼2백m의 허공에 매달려 하는 유리창 닦이는 담력이 필요한데다 로프를 탈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수부대 출신이 많고 일당은 초보자의 경우 4만∼5만원, 숙련자는 10만원정도 받는다.
그는 로프작업에 대해 안전벨트가 있지만 불편해서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균형을 잃더라도 앞쪽으로 쏠리면 로프에 어깨가 걸려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대신 뒤로 넘어지게 되면 그대로 추락이다.
그는 그동안 동료가 4m높이에서 작업을 하다 떨어져 발목이 부려진 경우를 한번 봤을 뿐이나 곤돌라 고장으로 공중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일은 흔하다고 했다. <조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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