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등 유죄 인정/강기훈씨 3년형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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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과학수사연 감정은 공정/분신 만류않고 자살방조”/서울지법/변호인·검찰 형량에 불복 항소키로
서울형사지법 합의25부(재판장 노원욱 부장판사)는 20일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과 관련,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 피고인(27)의 유서대필등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징역 3년·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구형량은 징역 7년·자격정지 3년.<관계기사 20면>
재판부는 『강피고인이 김씨의 분신자살을 만류하지 않고 유서를 작성해준 점은 엄벌에 처해야 하나 강피고인이 김씨의 분신자살에 어느정도 가담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형량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5월8일 김기설씨 분신자살 이후 검찰과 변호인측의 「필적공방」은 사건발생 6개월만에,사법적으로는 강피고인이 김씨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피고인이 숨진 김씨의 유서2장을 대필,자살을 방조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와 김씨의 여자친구 홍모양(25)의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조서 등으로 미루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국과수의 감정결과에 대해 『국과수 감정인의 경력과 감정방법·과정 등으로 미루어 볼때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공정하고 정당한 것』이라며 『오히려 변호인측의 요청에 따라 감정을 맡았던 일본인 감정사 오니시씨는 한글을 모르는채 처음으로 한글을 감정했고 한글자음 및 모음,동일필법 등을 계산하는데 오류가 있었던 점을 시인한 만큼 이를 증거로 채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피고인은 김씨 분신자살이후 명동성당 등에서 농성을 하며 유서대필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 6월24일 검찰에 자진출두,7월12일 김씨의 분신자살을 방조하고 이적단체인 「혁명의 불꽃 그룹」에 가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한편 변호인측은 재판부 판결에 불복,항소키로 했으며 검찰도 강피고인에 대한 형량에 불복,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피고인은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온 뒤 방청객을 향해 손을 들어 웃으면서 인사했으며 재판부가 20여분간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동안 얼굴을 똑바로 세운채 응시하다 모두 유죄로 인정되자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몸을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법정에는 방청객 1백여명이 나와 재판을 지켜보았으며 재판부가 국과수감정에 외부압력의 증거가 없다고 설명할때,유죄로 인정하며 주문을 낭독할때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선고가 끝난 뒤 퇴정하는 재판부를 향해 『말도 안되는 재판을 하지 마라』는등 소리치며 잠시 소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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