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까진 “산너머 산”(남북 화해시대: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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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축협상/골깊은 불신제거 선결과제/병력·장비 상호 감시체계 꼭 필요
12·13 남북합의서 서명을 계기로 남북간에 본격적인 군축협상이 시작되게 됐다.
합의서가 예정대로 발효될 경우 남북한은 내년 5월중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군축문제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협의,추진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군축협상 자체가 곧 군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빠른 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북이 오랜 대결관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군축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핵개발 문제 ▲팀스피리트훈련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문제등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3년이후 지속돼 온 휴전상태에 종지부를 찍는 평화협정체결 문제는 앞으로 구성될 남북 고위급회담 정치분과위에서 다룰 예정으로 있어 타결전망은 대체로 밝아 보인다.
남북간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기존 정전협정은 물론 그 부산물인 유엔사는 자동적으로 폐기 또는 해체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군축논의에 앞서 해결돼야 할 핵심사안으로는 역시 북한의 핵문제와 팀스피리트가 남는다.
북한은 지난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한국이 핵부재 선언을 할 경우 연말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우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빠르면 내년 1월중 IAEA의 핵사찰이 이뤄질 예정이며 이를 위해 정부도 23일 판문점 대표접촉에서 기존 핵부재 사실을 재천명,북한에 핵협정 서명의 명분을 제공해줄 방침이다.
또 내년 3월 실시예정인 팀스피리트훈련도 정부가 약속한 대로 최소한 내년 한차례만큼은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반도의 핵문제는 먼저 ▲남한측의 핵부재선언 ▲북한의 핵안전협정 서명 및 사찰수락 ▲남북한 동시시범사찰 ▲남북한 비핵공동선언등의 순으로 이어질 것이며 최종 비핵공동선언은 내년 상반기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북한의 핵문제와 팀스피리트훈련등의 선행조건이 충족되고 나면 남북은 곧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본격적인 군축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기존의 군비통제실을 군비통제본부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앞으로 있을 군축회담에 대비,새로운 군비통제안도 마련중이다.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남북은 ▲대규모 부대이동과 군사훈련의 통보 및 통제 ▲군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 및 검증문제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협상과정에서 논의될 필수 의제로는 또 쌍방의 병력과 장비수준을 상호 감시·검증하고 공세전력을 재배치,또는 제한하는 문제등이다.
그러나 남북은 그동안 상대방의 무기체계를 각기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 왔으며 병력 및 장비보유수준에 대해서도 심한 불신감을 표시해 군축의 실행까지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방예산의 규모 ▲병력주둔 ▲전력증강사업 ▲상호교류등에 인식의 일치와 합의가 필요하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최근 중장기 신국방정책을 수립하면서 통일이후 적정 국방비규모를 GNP의 5%이내로,병력수준을 50만명선으로 각각 조정하고 전력증강도 「합리적 충분성의 원칙」에 입각,민족공동자산이라는 관심에서 기획·추진할 것을 제시한바 있다.
이같은 장기전략이 남북군축협상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주목거리다.
그러나 군축협상에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과제는 신뢰구축과 적대감 해소다.
유럽의 경우 협상을 시작한지 20년만에야 비로소 상호균형감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신뢰구축의 어려움때문이었다.
정부는 최근 기존의 3단계 군축방안을 수정,1단계 신뢰구축과 2단계 군비제한을 동시병행키로 한것도 그런 맥락이다.
북한이 남북동시 핵사찰을 수용,군축회담이 본격 진행되더라도 미국의 핵우산보호정책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다분히 계산된듯한 강경자세」를 감안할때 남북간 군축은 대국적으로는 미국의 동북아전략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속도와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도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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