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수렴 새상품 시장 타진 사원 애사심 유도|「아이디어 공모」는다|기업마다 새 경영전략에 다각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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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주부들이 쓰고 있는 세제에 대한 불만이 무엇입니까. 앞으로 어떤 세제가 나오면 좋겠습니까.』
제일제당이 최근 새로운 세제의 생산을 앞두고 각 일간지에 낸 광고다.
어떤 주부는 엽서 한 장으로 모자라 아예 봉함편지를 보냈고 어떤 주부는 기존세제로 부작용이 생긴 손 사진까지 보내는등 모두 16만통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제일제당은 이를 전산 분석, 신상품의 개발과 판매전략에 활용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금성사도 최근 잇따라 사내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유통시장의 개방을 맞아 이를 극복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한국형 가전제품에 적합한 품목이 없을까요』
손빨래 세탁기·물걸레 진공청소기등 각종 아이디어공모에서 「하나」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다.
이처럼 신상품의 개발이나 이름, 경영전략등에 대해 사내·외 아이디어 공모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요문제에 대해 소규모 핵심집단이 내리는 결정보다 여러사람의 의견을 물을 경우 전문가들도 생각못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경영결정에 따른 위험부담도 분산시킬수 있다는 판단에서 요즘은 회사의 사소한 문제도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구하는 기업이 많다. 코오롱그룹은 내년에 덕유산에서 열 사원단합대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포스터, 즉 「사내공모용 포스터를 공모하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이번달 쌍용그룹 사보에는 「손님이 왕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사고가 실렸다.
최근 점심시간에 회사주변식당 설렁탕에서 사람손톱이 나와 이를 계기로 사원들의 불만을 조사한 결과 『손님의 권리는커녕 식당종업원의 눈치만 본다』고 주위 식당에 대한불만이 엄청났다.
당장 불매운동으로 맞서자는 과격론도 나왔지만 회사측은 『우리식구와 마찬가지인 만큼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무리없는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사원들에게 구한 것이다.
사내아이디어를 공모할때 아직 포스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방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코오롱상사는 아예 사내 스터디그룹을 상설화시켜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수시로 모집하고있다.
자신의 부서나 직급에 전혀 관계없이 어느 특정사안에 대해 2∼7명의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조직,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1주일에 한차례씩 근무시간중 정기모임을 갖고 4∼5개월후 연구결과를 리포트로 제출하는 것이다.
최근들어 이처럼 사내·외 아이디어 공모가 크게 늘고있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회사의 조직이 팽창하면서 소규모 집단의 전문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자 이들의 관심을 통합시킬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또 신상품 아이디어에 응모한 수많은 일반인들의 경우 이제도를 통해 잠재적인 고객층으로 쉽게 개발할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수 없다.
특히 유통시장의 개방을 맞아 외국업체의 침투를 막고 국내시장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과의 친밀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업체들의 판단도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아이디어공모를 늘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컴퓨터의 발달에 따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들어온 기본적인 자료를 전산입력해 이를 토대로 여러 가지 소중한 정보를 쉽게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내의 조직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신상품을 기대하고 있는지, 또 신상품이 얼마만큼 시장을 개척할수 있는지를 이 정보를 통해 보다 쉽게 추리할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어 공모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럭키금성의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 공모는 한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다는 것을 전체로 하는데 아직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경품을 노리거나 즉흥적이고 비자발적인 참여가 많아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특히 민감한 문제일수록 보안이 필요하고 책임있는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해야 하므로 현재의 아이디어공모는 구색맞추기용이 많다』고 지적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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