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전문가에게 듣는 '패션쇼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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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반인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패션쇼. 요즘은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가 될 정도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실제로 20대 2명 중 1명 이상은 국내 최대의 패션 행사인 '서울 컬렉션'에'참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9일부터 12일까지 쇼핑몰 이용객 5086명에게 물은 결과다. 이 설문의 응답자 대부분(4942명, 90%)은 '서울컬렉션 관람 의향이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관심은 높지만 정작 패션쇼가 어떻게 열리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8일 막을 여는 '서울 컬렉션'의 총괄기획을 맡은 정소미(50) '더 모델즈' 실장과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최미미(39) 사무국장에게 '패션쇼에 관해 궁금한 모든 것'을 물었다.

강승민 기자

-패션쇼 하면 일반인은 대뜸 '저런 옷을 누가 입냐'고 한다.

"당연히 그대로는 못 입는다. 쇼 의상과 판매 의상은 다르다. 치마 길이가 길어진다거나 장식이 줄거나 하는 식이다. 요즘은 패션쇼용 작품도 예전처럼 무작정 튀는 디자인은 별로 없다. 실제 옷이 입혀지기 몇 달 전에 발표되는 거라 유행에 앞선 것은 사실이다. 당장 보기엔 '누가 입을까' 싶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들 그렇게 입고 다닌다."

-패션쇼에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은 어떻게 되나.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는다. 딱 한 벌만 만들어진 거라 비싸게 팔리기도 하고, 자료 차원에서 보관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싸게 처분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

-모델은 어떻게 선발하나.

"SFAA의 경우 오디션을 따로 연다. 17일 오디션에는 남녀 합쳐서 700명 넘게 왔다. 디자이너들이 자기 무대에 설 모델을 직접 선택한다.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모델이 속한 에이전시로 연락을 하고 모델이 디자이너한테 가서 옷을 맞춰본다(피팅).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은 모델 중에 디자이너가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연예인이 무대에 서는데 디자이너 개인이 섭외하는 것이다."

-모델 출연료는.

"보통 패션쇼마다 15~20명 정도 선다. 옷 한 벌 입고 패션쇼 무대에 나갔다 돌아오는 시간은 20~30초. 모델 한 명이 많으면 세 벌 정도 입는다. 출연료는 모델마다 다른데 쇼당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받는다. 30만원 정도가 평균이다. 방송사 연기자 출연료처럼 등급이 딱 정해져 있진 않다. 외국과 달리 한국 모델들은 돈을 정말 못 번다. 해외에선 패션쇼 본 무대에 서는 것뿐 아니라 피팅하고 리허설하는 것까지 시간당 돈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냥 어떤 쇼에 서면 통째로 회당 얼마, 이렇게 받으니까."

-패션쇼 관객은 주로 누군가.

"취재진과 바이어들이다. 해외 컬렉션은 취재진과 바이어 숫자가 워낙 많아 그들로만 채워진다. 서울 컬렉션은 일반인에게도 티켓판매(7000원)를 한다. 디자이너별로 연예인 등 VIP 고객을 초청하기도 한다."

-무대 뒤의 풍경은.

"100여 명의 스태프가 움직인다. 메이크업팀 40명에 모델 20명, 모델 한 명마다 옷 갈아입는 것 도와주는 스타일리스트까지. 봄.여름 옷은 20~30초, 가을.겨울 옷은 2~3분 안에 갈아입는다. 새벽부터 나와서 무대 설치하고 사전 리허설을 하고 하는데 20분짜리 패션쇼를 위해 12시간 준비가 보통이다."

-패션쇼의 효과는.

"해외 유명 컬렉션처럼 매출과 직결되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컬렉션에서 발표되는 작품을 보고 선택해서 사가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미국.프랑스.영국 등의 백화점에선 바이어가 직접 디자이너의 옷을 구매하지만 우리나라는 각 디자이너.브랜드가 백화점 매장을 임대해 자체 영업한다). 그래도 우리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시즌별로 경향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새로운 패션 전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 컬렉션=유명 디자이너들이 모인 '서울패션디자이너협의회(SFA)'가 1990년 11월부터 개최해 온 패션쇼가 모태다. 2004년 11월부터 SFA가 이름을 바꾼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서울시.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AFDA).뉴웨이브서울(NWS).한국패션협회 등 관련단체들이 모여'서울 컬렉션'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위크'를 만들어왔다.'2007~2008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은 28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펼쳐진다.

■정소미=서울 컬렉션을 비롯해 수백 회의 패션쇼를 연출한 국내의 대표적인 패션쇼 전문 기획.연출자다. 1982~98년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99년 모델 양성학원 겸 패션쇼 기획사인 '더모델즈'를 설립했다. 1년에 석달은 뉴욕.파리 등의 해외 컬렉션을 돌아다니며 패션쇼의 새로운 트렌드를 국내에 알리고 있다. MBC-TV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인 유재석 등이 지난해 가을 서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 이상봉 패션쇼에 모델로 섰을 때 출연진을 '연예인 1.2.3…'으로 부르며 지도해 화제가 됐을 만큼 엄한 감독으로 통한다.

■최미미=1988년 패션 모델로 데뷔했다. CF.잡지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90년대 초 SBS 수퍼모델 선발대회에서 모델 교육을 담당했다. SBS 자회사인 'SBS 美 뷰티 아카데미' 원장을 지냈고, 2005년 9월부터 SFAA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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