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신 농구공과 논 엄마 전주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엄마가 잘해서 기분이 좋아요."

이 한마디에 모든 어미의 고통은 사라진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노장 포인트가드 전주원(35)도 그렇다. '아기 엄마' 전주원이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전주원은 20일 발표된 2007 겨울리그 정규시즌 MVP 투표에서 73표 중 59표를 얻었다.

1991년 선일여고를 졸업한 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가드로 활약한 전주원이지만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리그 MVP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고 졸업 16년 만에, 딸 수빈이가 31개월이 돼서야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는 독하다. 리그가 시작된 1월 이래 집에 간 적은 딱 두 번이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다. "나이가 많아 체력이 달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쉬어야 한다. 아이를 보고 싶지만 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수빈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집에 못 간다"고 말했다. 전주원은 그렇게 어렵게 딴 MVP 트로피를 딸과 가족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플레잉 코치가 MVP가 된 것도 유례가 없다. 플레잉 코치는 대부분 팀의 리더 역할을 하면서 경기에 뛰는 시간은 적은 편인데 전주원은 거의 전 경기를 뛰면서 85%라는 놀라운 승률로 팀을 이끌었다. 전주원은 "후배 (정)선민이가 '언니는 앞으로 상 받을 기회가 점점 적어지기 때문에 이번에 꼭 언니가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됐다"며 "생애 첫 통합우승의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19경기에 출전한 전주원은 경기당 평균 6.79개의 어시스트로 1위에 올랐고, 평균 6.95점을 넣어 신한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한편 하은주(신한은행)는 73표 중 67표를 받아 신인왕에 올랐고, 로렌 잭슨(삼성생명)은 61표를 얻어 최우수 외국인 선수로 뽑혔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