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 - ICE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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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두 고속철은 그동안 선로 시스템 차이 등 때문에 상대 국가로 운행하지 못했다. 몇 년에 걸쳐 이 문제를 보완, 최근 시험 운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 등 현지 언론들은 본격적인 성능 대결에 들어가는 양국의 고속철을 비교하는 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 "속도는 TGV가 최고"=6월부터 TGV가 달릴 파리~슈투트가르트 노선은 운행시간이 현재 6시간에서 3시간50분으로 줄어든다. 12월엔 독일 남부의 대도시인 뮌헨까지 연장돼 운행시간이 종전 8시간30분에서 6시간10분으로 줄게 된다. 프랑스는 이같이 빠른 운행을 내세워 "독일 땅에 진정한 초고속 열차를 수출하게 됐다"고 선전하고 있다. 실제로 TGV는 지난달 파리~스트라스부르(프랑스 동부도시) 노선을 시험 운행하면서 최고시속 553㎞로 달려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는 이처럼 '속도'를 무기로 독일의 ICE를 제치고 동유럽 철도 시장에 진출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 등이 나서 세계 최고속도의 고속철이라는 점을 유럽 정상회담 등에서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지난주 TGV가 속도 기록을 새로 수립하자 "위대한 산업기술의 성공"이라며 대대적으로 자랑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선로 문제로 TGV가 독일 땅에 들어가면 시속 200㎞ 이상을 낼 수 없다.

◆ "ICE는 안락함과 서비스로 승부"=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ICE는 TGV가 갖지 못한 넓은 실내 공간과 승차감, 그리고 질 높은 서비스를 강조한다. 안락함에서는 ICE 2등석이 TGV 1등석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게 독일의 설명이다. 게다가 ICE 1등석은 좌석에 가죽 시트를 달고, 좌석마다 TV를 설치하는 등 비행기 1등석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다.

ICE는 조만간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파리~프랑크푸르트 구간을 항공편으로 출장 다녔던 비즈니스맨들의 상당수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편안함이나 인터넷 서비스 등에서 비행기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프랑스 측이 속도를 강조하는 데 대해서도 ICE는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TGV는 속도를 내세우다 보니 중소 도시의 역에는 거의 서지 않고 대도시만을 연결해 승객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ICE는 승객을 고려, 많은 역에 정차한다는 점을 자랑한다.

ICE는 6월 10일 파리~프랑크푸르트 노선 개통에 맞춰 이 구간 요금을 한시적으로 29유로(약 3만6000원)로 대폭 낮추는 등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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