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70세 회장 불가론은 강 회장 3연임 막으려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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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일 전경련 임시총회에서는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조석래 회장 선출이 확정된 뒤 이준용 대림 회장이 긴급 발언권을 얻었다. 이 회장은 "지난 두 달 동안 강신호 회장님과 (전경련) 사무국이 전경련에 너무 큰 상처를 남겨놓았기 때문에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도 긴급 발언권을 얻어 "나이 일흔이 넘으면 회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우선 "2월 27일 총회 당일의 해프닝에 대해 해명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월 21일 조선호텔의 (회장단) 모임을 '물러나시는 강 회장'이라는 전제 하에 (회장 추대) 전권을 위임한 모임으로 볼 때, 3월달 임시총회로 (선출이) 미뤄진 것은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까지도 (강 회장이) 3연임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 아닌가."

강 회장이 연임할 생각을 버리고 2월 21일부터 다른 후보를 찾았다면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뽑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70세 회장 불가론'도 조석래 회장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강 회장의 3연임을 막으려던 것이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물러나는 강 회장에게 왜 '돌팔매질'을 했을까. 이번 총회 이전까지만 해도 강 회장과 이 회장은 매우 절친했다. 2005년 2월 제30대 회장을 뽑는 총회에서 단상에 올라 "강 회장보다 더 훌륭하신 분은 안 계시니 만장일치로 추대를 부탁한다"고 했던 이 회장이었다.

또 지난해 6월 강 회장이 모교인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의 원로 자문위원인 '명예 세나토(Senator)'로 추대됐을 때 흔쾌히 독일까지 날아가 축하했었다. 그랬던 이 회장이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강 회장에게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떠나는 회장을 이런 식으로까지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해) 1월 25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회장단 모임에서 돌아오면서 '어떻게든 3연임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한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을 인쇄해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거기엔 이런 대목이 있다.

'1월 25일 모임에서 (강 회장은) "본인이 불미해 그만 하고 싶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한 번 더 하시라"고 하자 "건강은 이상이 없다"며 곧바로 연임에 대한 본심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이 부분에 밑줄을 긋고 옆에 자필로 '본인의 과도 집착'이라고 써 놓았다.

여하튼 오랜 친분을 가진 재계 오너들의 이 같은 공개적인 갈등 표출은 흔치 않은 일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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