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1호 불국사 석가탑 "완전히 혹은 상당 부분 고려 초 새로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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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1호인 경주 불국사 3층 석탑(석가탑)은 통일신라 때인 8세기에 만든 그대로가 아니라 11세기 고려 초에 해체돼 다시 만들어진 것임이 드러났다. 석가탑의 당초 건립 연대도 신라 혜공왕 재위 기간(765~780)으로 그 시기가 늦춰졌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석가탑이 8세기 중반, 특히 경덕왕 10년(751)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간에 세워진 것으로 보아 왔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佛國寺無垢淨光塔重修記.이하 중수기)' 판독문에서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 안승준 전문위원이 한문과 이두로 된 중수기 판독문을 해독한 결과다.

안 위원은 20일 "1024년 2월 17일 길일을 택해 '탑을 부수고 나눠서 무너뜨렸다(塔破分頹.탑파분퇴)'는 내용이 중수기에 나온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가 보는 석가탑은 고려시대에 완전히 혹은 상당 부분 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안 위원은 또 "중수기는 신라 경덕왕이 즉위한 742년 김대성이 탑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혜공왕(재위 765~780) 때 완공했다고 적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립 연대가 늦어지면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다라니경'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목판 인쇄물이냐의 여부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70년께 간행된 일본의 '백만탑다라니경(百萬塔陀羅尼經)'과의 선후 문제 때문이다. 물론 다라니경이 앞선 것이라는 다른 정황은 많다. 하지만 해석이 분분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불국사와 석가탑은 삼국유사에 의한 창건 연대가 널리 인정받아 왔다. 신라 경덕왕 때의 재상 김대성이 751년 짓기 시작했지만 774년 12월 2일 김대성이 죽자 나라에서 이를 완성했다는 내용이다.

안 위원은 "원문이 훼손돼 빠져 있는 글자가 많은 데다 박물관이 배포한 판독문에는 일부 오독한 부분도 있다"고 전제하고 "빨리 원문을 공개해야 제대로 된 학문적 연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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