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상자 계속 늘어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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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때문에 난리다.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늘었다, 가혹할 정도로 부담스럽다, 집 한 채 달랑 있는 사람들까지 세금 물리는 건 부당하다 등 온갖 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다. 그런다고 종부세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종부세를 낼 정도로 재산 한번 모아 봤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수없이 많고, 부자들이 세금이 부담스러워 비싼 집에서 쫓겨 나가는 꼴을 보고 싶어하는 우리네 심성이 아직도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아무리 종부세가 반시장적이고 위헌적이라고 지적을 해도, 이 정부는 종부세에 손을 댈 생각이 없다. 아니, 비싼 집을 팔고 집을 줄여가면 양도세를 물고도 돈을 챙길 수 있다는 '조언'을 해 주는 인물이 경제부총리로 있는 한 종부세의 명맥은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일이 의도한 대로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왜 종부세에 손을 대겠는가. 부자들한테서 "악" 소리가 날 거라고, 집값이 오르면 종부세를 내게 되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수없이 얘기하지 않았던가. 소득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나오는 연금밖에 없는 나이 든 어른들이 종부세를 내지 못해 큰 집에서 내몰리게 되는 것도, 그 통에 서울 부자동네 집값이 떨어지는 것도, 세금폭탄 운운하는 정부가 처음부터 내세운 정책 목표였다. 그러니 종부세 때문에 비명 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욱 종부세에 매달릴 정부다.

지금 정부는 그렇다 치고, 새로 들어설 정부는 어떨까. 거기에도 큰 기대는 할 게 못 된다.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사람 중 "종부세 제도 자체가 문제 있다"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중앙SUNDAY 3월 18일자 3면) 기껏해야 "종부세의 골격은 유지하되 부담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하는 말을 흘릴 정도다. 다음 정부도 문제가 많은 걸 알면서도 "부자만을 위한다"는 소리를 듣는 걸 겁낼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인물들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부자들에 대한 질시와 증오에 부응하기 위해, 표와 인기를 위해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결과를 족집게처럼 맞혔다는 어느 역술가가 "지금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는 앞으로 대통령 될 사람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제발 그 역술가 말대로 됐으면 좋겠다.

종부세 비명 소리에 움쩍하는 건 그래도 언론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 '달랑 하나 있는 집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등은 종부세를 면해 줘야 한다거나 또는 종부세를 내야 하는 재산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것 또한 경계해야 할 발상이다.

종부세가 옳거나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종부세 부담이나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을 줄여 주면, 많은 사람이 종부세의 부당함을 몸소 체험할 수 없고, 그래서 비명 소리가 줄어들면 종부세가 질기게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동안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을 더 늘려가야 한다. 소득이나 나이와는 상관없이, 같은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등을 불문하고, 6억원 이상이 아니라 예를 들어 1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종부세를 내는 식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종부세의 사악한 진면목을 정면으로 대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종부세에 종언을 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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