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에 엇갈리는 희비 "힘내라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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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고3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충은 잘 알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그 1년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야한다는 부담과 불안의 연속이고, 학부모에게는 마음 졸이며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하는 안타까운 1년이다.

큰아이가 고3이 된 지 2주 정도 지났다. 고3 학부모가 된 나는 큰아이가 지난 2년 동안 성실히 공부해 왔기 때문에 3학년이 되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하루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중압감은 1, 2학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스트레스였다.

우리 아이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학원 수업과 AP(Advanced Placement, 대학교과 선이수과정) 수업을 듣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학원수업 진도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일치하지 않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엔 학원을 그만두고 스스로 학습 계획을 짜서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강의로 보충하기로 하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누구는 방학 동안에 어떤 책을 몇 번 끝냈느니, 얼마나 공부를 했느니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면서 아이는 자신이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했지만 나름대로 계획에 따라 열심히 공부했다.

드디어 고3의 첫 관문, 3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를 치렀다. 우리 아이는 지난해까지 학교 내신은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그에 준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꼭 속앓이를 하곤 했다. 고3 첫 모의고사인 이번 시험에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일부 선생님은 3월 수능모의고사 점수는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 크게 마음 쓰지 말라고 말했다. 반면, 3월 모의고사 점수가 바로 실제 수능 점수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어 아이의 부담은 컸다. 그래서 난 시험 당일 등교하는 아이를 붙잡고 "이번 시험은 앞으로의 공부 계획을 짜기 위해 실력을 점검해 볼 기회이니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말자"고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았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험을 못 보았다며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화가 나 있었다. 나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아이를 기다렸기에 속이 많이 상했지만 먼저 아이를 달래야 했다. 다행히 아이는 곧 속상한 마음을 접고 도서관에 가겠다며 책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을 시험지를 챙겨 도서관을 향하는 아이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시험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아이는 다시 평상심을 찾아 자신이 계획한 시간표대로 주말도 잊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아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들아. 수능 시험일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네 건강이 염려되는구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지만 공부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렴. 또 앞으로 치르게 될 몇 번의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부족한 너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나무라지 마.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노력하면 훨씬 발전한 네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엄마는 믿는다. 아들아 힘내라."

이혜숙 열공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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