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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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출간된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저서에 18세된 고등학교 남학생과의 성문제와 관련한 상담내용이 실려 있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이 학생은 어느날 혼자 사는 이웃집 여인의 방에 침입해 범하려 하다가 소동을 벌인끝에 아버지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의사와의 단독면담에서 이 학생이 고백한 바에 따르면 그 여인이 이따금 외간남자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자신이 들어가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단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성충동은 이성이 발하는 여러가지 감각적인 자극으로부터 직접적인 동기가 유발된다고 한다. 이것이 또 하나의 충동이 되어 다음 행동으로 유도하고 차츰 교접에 이르는 일련의 행동을 완료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충동은 보통 성욕과는 구별된다. 리비도(Libido)라고도 불리는 성욕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규정한바 인간의 근원적 잠재의식하의 욕망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리비도를 전단계,성충동을 후단계로 보는 견해도 있고 그러므로 감각적인 자극에 의한 성충동이 유발되지 않는한 성욕은 쉽사리 표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너무 쉽게 성충동을 일으키도록 되어 있다. 그것이 청소년 성범죄의 가장 중요한 몇가지 원인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만화·비디오 등 음란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가고 있다는 소식이더니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가장 즐겨찾는 장소인 전자오락실에까지 여자의 옷을 벗기거나 남녀의 성행위를 묘사하는 음란성 프로그램이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같은 전자오락실이 계속 번창하도록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한편 며칠전 강의실에서 한 남학생의 졸업생 여교사에 대한 「가벼운」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서울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기충동 억제훈련과 상담 등을 맡을 심리과학연구소의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성추행을 습관적으로 하는 남자들의 대부분은 성충동 억제기능이 부족한 정신장애환자」로 보고 있는데,서울대의 연구소가 그 「환자」 치료에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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