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안가는 민자정책 「변덕」/문일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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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집권여당 민자당의 정책수립이 갈피를 못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기술인력난 해소와 대학을 못간 산업체근로자들에게 전문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아래 당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기술대학 설립을 전문대학의 반발을 이유로 지난달 보류시켰던 민자당은 당정이 제출한 수정안마저 6일 당무회의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또다시 보류시키고 말았다.
민자당측은 재보류 결정의 이유로 『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박관용 의원),『교육부의 기능을 상공부가 관여함으로써 교육행정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이종찬 의원),『중요한 문제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김영삼 대표)는 일부 당무위원들의 문제제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술대학설립을 추진했던 상공부·교육부 등 관련부처들은 물론이고 애써 수정안을 만들어 냈던 당정책위쪽은 책상을 치며 분개해 했다.
특히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술인력난을 해소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대와 관련있는 일부 당무위원들의 반대를 당지도부가 받아들여 또다시 보류시키는 것은 정책의 방향에 역행하는 처사다.
민자당 당무회의의 이번 결정은 정책일관성의 문제뿐 아니라 석연치 않은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자당이 만든 산업인력양성기획단이란 특별대책기구는 지난봄 김영삼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산하 자문기구인 대학교육협의회와의 협의 불충분과 교육행정체계혼선이 이유가 돼 정책이 세차례씩 번복되는 것은 일관성에 문제가 있을뿐 아니라 김대표나 민자당 스스로 당기획단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꼴이 됐다.
지난번 1차심의때 전문대 경영진들과 전문대를 소유하고 있는 일부 고위당직자들의 반대로 보류되더니 이번에 또 미룬 것은 국가대계보다 일부의원들의 이익을 당지도부가 비호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강하다.
자동차관리법·농어촌보건의료특별법 개정안 등을 둘러싸고 업계의 로비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민자당 지도부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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