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판도 재편 신호탄|미국 간판항공사 팬암 도산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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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의 간판항공사로 64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팬암사가 4일 운항중단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사실을 앞으로 세계항공시장에서 전개될 커다란 판도변화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걸프전쟁의 여파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등이 항공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있는 가운데 팬암사의 도산은 아메리칸항공(AA)·유나이티드항공(UA)·델타항공(DL)등 미국 대형항공사들의 세력을 더욱 키워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 때문에 EC 통합후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의 주요항공사들은 이들 미항공사의 유럽시장침투에 대항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는등 비상대세다.
◇미국=팬암의 도산은 이스턴·미드웨이 항공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 이외에도 컨티넨틀 항공과 아메리칸웨스트 항공이 파산신청을 해놓고 있다.
올초 팬암이 파산신청을 하자 미국의 3위항공사인 델타가 팬암인수를 발표, 팬암의 대서양횡단 및 중남미 노선을 넘겨받아 델타의 급부상이 예견됐다.
그러나 하루 2백만달러에 이르는 팬암의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델타가 지난 3임 팬암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세력개편은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오히려 팬암의 런던노선을 차지한 유나이티드항공이 델타가 포기한 중남미노선까지 매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아메리칸항공도 미TWA항공의 런던 노선을 매입,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 두 항공사가 유럽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채비다.
◇유럽=EC통합과 미항공사들의 침투라는 두가지 난제에 부닥친 유럽항공사들은 저마다 합병·합작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이 영국항공. 프랑스의 에어프랑스나 독일의 루프트한자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국항공은 네덜란드 KLM사의 흡수통합 또는 합병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영국항공은 8대2의 주식비율을 요구하고, KLM은 5대5를 주장하고 있어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대강 새항공사의 소유지분 60%를 영국항공이 가질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새로 탄생될 항공사는 루프트한자의 두버이낭되는 막강한 힘을 행사하게돼 유럽시장의 판도가 바뀔전망.
지난해1욀 프랑스 제2민항인 UTA를 흡수합병, 유럽 제1은 물론 세계3위의 항공사로 커진 에어프랑스사는 영국항공의 움직임에 대항 해루프트한자와의 합병을 추진중에 있으며 벨기에 사베나항공 주식도 일정부분 인수할 예정으로 있어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외에 아시아권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는 있으나 일본항공(JAL)이 태평양노선에서 미항·공사들과 경쟁하기 위해·미국국내선항공사와 「운항 편명 공동사용」형태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항공. 타이항공·대한항공등도 노선이 없는 지역을 연결하는 여러가지형태의 항공사간 제휴를 연구하고있는 중이다.
한편 지난해말 현재 매출기준 세계10대 항공사는 아메리칸(1백18억달러), UA(1백11억달러), 에어프랑스(1백억9천만달러) 루프트한자(90억달러), 일본항공(89억달러), 델타(85억달러),영국항공(78억달러), NWA(72억달러), US에어(65억달러), 컨티넨틀(62억달러)순이다.<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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