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못 이겨 납치 가담 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H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모 M&A회사 정모(39)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부장검사 출신 김모(41.구속) 변호사, 윤모(66.구속)씨 등과 함께 H골프장 강모(59) 사장 일행을 지난달 26일 인천공항에서 납치해 골프장을 빼앗으려 한 혐의다. 그 대가로 정씨가 받기로 한 돈은 1500억원이었다. 정씨는 제3공화국 당시 최대 미스터리 사건의 주인공인 정인숙씨의 아들이다. 정인숙씨는 당시 고위 권력층 인사와의 동거설 등이 나돌았으며 1970년 3월 17일 서울 한강로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는 어머니의 사망 37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붙잡힌 직후 "내가 정인숙의 아들이라는 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언론에서 그렇게 크게 다루느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인천공항경찰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때 "언론에서 나를 촬영하면 조사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준다면 찍어도 좋다"며 당당히 고개를 든 채 경찰대로 들어섰다. 조사과정에서는 '정인숙의 아들이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담담한 태도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H골프장 사장 일행 납치사건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김 변호사가 주범"이라고 하소연하며 "납치에 가담한 것은 사실이나, 김 변호사와 윤씨의 협박에 못 이겨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김 변호사는 거꾸로 정씨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질신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