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인력 시장 '두 난리'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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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피플 패러독스

에드워드 E. 고든 지음, 조운영.이정혜 옮김,

섬돌출판사, 384쪽, 1만6000원.

한 편에선 사람들이 직장을 잃는데, 한 편에선 기업들이 인재를 못 구해 난리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 사람을 두고 기업과 근로자 간에 벌어지는 역설- 피플 패러독스는 이런 의문을 풀어가는 데서 시작한다.

옛 소련의 못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들은 공장의 할당량을 생산한 못의 숫자 대신 못의 무게로 정했다. 그러자 근로자들은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하나의 거대한 못을 만들었다. 옛날 얘기라고 웃어넘기면 곤란하다.

이런 일들은 현재도 비일비재하다. 스톡옵션이 좋은 예다.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스톡옵션은 옛 소련의 '거대한 못'과 다를 바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회사가 주가를 단기간에 상승시킨 CEO를 포상한다면, CEO들은 회사와 주주의 장기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단기 실적을 낼 것이다" 라며 스톡옵션의 폐해를 지적했다. 스톡옵션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종업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여러분이 직장을 잃는 이유는, 이처럼 여러분이 사무실에서 너무 적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또는 경쟁 회사가 여러분의 회사를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또는 여러분의 CEO가 주주의 비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가혹한 해결책을 궁리해냈기 때문이다."

'실직과 인재난', 이 모순된 현상의 주범은 세상의 변화다. 고급 기술의 출현, 세계화, 대규모 세계 이동 등의 변화가 이런 피플 패러독스를 만들어낸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고령화다.

필자는 2010년을 붕괴의 해로 꼽았다. 2010년은 무려 79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65세가 되면서 은퇴를 시작하는 해다. 대신 이들이 은퇴를 마칠 때까지 18년간 새로 들어오는 인력은 4000만 명에 불과하다. 이때부터 숙련 노동자, 숙련 기술자가 한꺼번에 세계 경제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선진국에서만 2020년까지 3200만~3900만에 달하는 노동인력 부족 사태가 온다는 것이다.

현상만 진단하고 마는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해법도 제시한다. 해법은 바로 교육이다. 회사의 직원 취업 교육이 그중 하나다. 인텔이 좋은 예다. 2001년 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는 6억 달러를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에 기부했다. 인텔에서 일할 숙련 기술자들을 키우기 위해서다. 당시 인텔은 5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을 때였다. 인텔의 CEO는 "만약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우리가 필요할 때 학생들은 거기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풍부한 실제 기업 사례로 가득하다. 학력 과잉과 이공계 기피현상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은 물론 '복지에서 노동으로' 정책 목표를 바꾸라는 처방도 참조할 만하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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