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아프리카 잇는 40㎞ 해저터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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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만들어진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양국 사이에 놓인 지브롤터 해협을 잇는 터널을 건설하기로 6일 합의했다.

모로코를 방문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역사적인 프로젝트가 두 대륙의 성장과 발전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터널은 스페인 남단 타리파와 모로코의 탕헤르 사이 40㎞ 구간에 건설된다. 일본의 혼슈~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이칸 터널(53.9㎞)과 프랑스~영국을 잇는 유로터널(50.4㎞)에 이어 셋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터널은 양방향 철로용 콘크리트관 2개와 그 가운데에 놓일 서비스용 콘크리트관 1개 등 모두 3개의 관으로 이뤄진다.

터널이 완공되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모로코의 탕헤르까지는 4시간여 만에 갈 수 있다.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게 될 전망이며 이에 따른 경제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설계는 스위스의 공학기술자 지오바니 롬바르디가 맡았다. 롬바르디는 알프스의 고타르 터널과 프랑스~이탈리아 간 몽블랑 터널을 설계한 바 있다.

지브롤터 해저에 터널을 건설하려는 구상은 1970년대 말부터 나왔다. 그러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2004년 스페인에 호세 로드리게스 사페테로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가 들어선 뒤 스페인과 모로코 관계가 개선되면서 구체화됐다. 스페인은 13일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알제리를 방문, 경제 협력을 약속하는 등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세력권에 있었던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다.

30여 년 만에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게 된 유럽~아프리카 터널은 그러나 아직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기술이다. 타리파~탕헤르 구간은 수심이 깊고 물살도 빠르다. 롬바르디는 "유로터널은 수심이 40m 정도인데 비해 이번 구간은 최고 300m가 되는 곳도 있어 훨씬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브롤터 터널은 또 유럽판과 아프리카판이란 두 개의 지각판 사이를 잇는 것이기 때문에 지각 변동이란 변수도 감안해야 한다.

공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미 완공된 유로터널의 공사비용(150억 달러.약 14조4000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사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는 미지수다. 수익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유로터널의 경우 94년 개통 이후 계속되는 적자로 운영업체인 유로스타가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세이칸 터널 또한 일본 정부가 엄청난 보수 비용을 들여가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과 모로코 양국 정부는 아직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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