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연합사·유엔사 잔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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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 협상에서 10만평이 쟁점이 됐다는 지난달 19일자 기사를 읽었다. 미국 측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10만평을 더 요구한 데 대해 한국에서는 줄 수 없다고 버티다 끝내 유엔사와 연합사까지 용산을 떠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우리가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오늘날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데는 미국의 힘이 크다. 미국이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휴전선을 비롯한 최전방에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전쟁 억지력이 돼 왔다.

이제 미군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 밖으로 이전하고 사령부마저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서울 사수와 자동개입이라는 종래의 방위 개념을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방부도 유엔사 이전을 강력히 반대해 왔는데 이제는 이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고 필요할 때는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현실에서 미군마저 서울을 떠나면 외국 기업들이 안심하고 한국에서 투자나 사업을 하겠는가.

한국은 10만평을 더 못 주겠다고 하고, 미국은 안 주면 서울을 떠나겠다고 하니 그 땅에 뭘 하려기에 국가 안보와 바꾸려는지 어이가 없다. 10만평에 국가안보를 저당잡히는 것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박윤행.경기 디지털아트하이브 지원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