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서브프라임' 사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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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로 주택자금 대출) 부실 위기가 국내 제2금융권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들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고, 돈을 빌려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들은 연체율 급등과 담보가치 하락으로 부실화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특히 공격적인 영업을 펴온 일부 외국계 대부업체의 부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과 할부금융사 등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리스크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독권 밖에 있는 대부업체의 경우 전체 대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려 과장됐다"=올 초 1.11 부동산대책 이후 2금융권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사업자금 명목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의 80~85%까지 대출해 줬다. 아파트값 급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자금 회수에 당장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 개인 고객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저축은행 전체 여신의 5%에 불과하다"며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국내 주택담보대출과 구조가 전혀 달라 우리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을 받고 있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이 급랭할 경우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에 민감한 저축은행의 특성상 부동산.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충당금 부담은 계속 늘어난다.

◆대부업이 더 문제=저축은행보다 금융감독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대부업이 더 큰 문제다. 시.도에 등록된 1만7000여 개의 대부업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업체는 약 3000여 개로 파악된다. 무등록 대부업체도 난립하고 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그러나 금융권 전체 대출 잔액에 비해 규모가 작아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가 출자한 페닌슐라캐피탈과 리먼브러더스가 세운 코리아센트럴모기지 등 일부 외국계 업체를 제외하면 자산 5억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페닌슐라캐피탈은 설립 8개월 만에 대출 잔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LTV 80% 내외를 적용해 건당 평균 대출액은 2억~2억5000만원이다.

페닌슐라 캐피탈 관계자는 "연체가 0.1%에 불과할 정도로 여신 건전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별도의 대책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산와 등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들은 주택담보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신용대출에 주력하고 있다.

안혜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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