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투자자들 '급락 학습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14일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였다. 장중 순매수 규모가 거래소 시장은 1563억 원, 코스닥 시장은 95억 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거래소에서만 2128억 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달 말 중국발 쇼크 때 주식을 싸게 주워담아 재미를 봤던 투자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펀드 투자자들도 펀드 가입을 고려하거나 펀드 불입 금액을 늘리는 분위기다. 인터넷 포털의 재테크 카페에는 "펀드 밥 주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밥 준다'는 펀드에 추가로 돈을 더 넣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 때 조금이라도 더 사두겠다는 '역방향 투자'가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식이 돼 버렸다. 이 때문인지 이날 코스피 지수가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지만(2%) 투자자들의 동요는 없었다. 교보증권 김종민 강남PB센터 지점장은 "펀드 환매나 주식 매도를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지금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고객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증시 조정 때가 투자 기회라고 권한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일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국 긴축 우려 등 세가지 이슈에 따라 전세계 증시가 동반 급등락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주가가 급락할 때 실적 호전주, 업황 회복주 중심으로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교보증권 김 지점장은 "과거 경험에 비춰 당장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바닥에 사서 꼭지에서 팔 수는 없는 만큼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1400선 이하에서 조금씩 분할 매수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증시 침체 국면이 좀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대한투자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대략 2분기까지는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1300선 부근에서 주식을 적극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회에 자신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 비중을 재조정하는 등 자산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