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잡을 땐 물에 녹는 '친환경 그물'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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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해안의 대게잡이 어선에 '물에 녹는 그물'이 공급된다.

13일 경북 울진군에 따르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 대게잡이 어선 150여 척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물에 녹는 생분해성 그물을 공급하기로 하고 현재 어민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울진군은 이를 위해 앞으로 3년간 해마다 20억원을 확보해 어민들에게 그물 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의 대게 그물은 1800m 한 틀에 대략 170만원인데 물에 녹는 그물은 기존 나일론 그물보다 1.6배쯤 비싸 그 차액을 울진군이 지원한다.

생분해성 그물의 소재는 석유나 식물에서 추출되는 폴리브틸렌석신레이트(PBS)라는 수지다. 이 소재는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공학팀 박성욱(49.수산학박사) 연구관이 개발했다. 3년간 시험 결과 바다 속에서 2년쯤 지나면 해양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자연분해돼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박 연구관은 "물에 녹는 그물은 재질이 지나치게 탄력적이지 않아 포획이 금지된 9cm 미만의 새끼 대게나 덩치가 작은 암컷이 그물에 걸려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나일론 그물은 보통 2~3회 사용하면 못 쓰게 된다. 그물에 걸린 대게가 집게로 그물을 자르거나 몸부림쳐 그물이 뒤엉키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일부 어민은 폐그물을 바다에 버리거나 태웠다. 나일론 그물은 질기고 유연성이 뛰어난 반면 반영구적이어서 바다에 유실되면 물고기 등이 걸려 죽게 되는 등 수산자원의 산란과 서식을 파괴했다. 또 나일론 그물을 수거해 육지에서 태우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발생시켰다.

울진=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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