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기업­은행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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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명목금리 실세화… 추가부담 적어/은행/운영자금 조달때 금융비용 늘어/기업
금리자유화를 앞둔 기업과 은행의 시각차가 예상대로 매우 크다.
경영수지가 나빠질 것이라는게 은행들의 걱정인 반면 기업들은 하나같이 「금리자유화=금융비용부담 증가」라는 등식을 지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측의 시각과 입장을 정리해 본다.
▷금융계◁
기업계 전반을 볼 때 추가이자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흥은행의 채병윤 이사는 『이번 금리자유화 조치로 대은행수익기여도가 좋은 기업들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며,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이자부담이 늘어나 전체적으론 부담증가가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계에서는 당좌대출 명목금리가 2%포인트 정도 오르나 이는 「꺾기」등으로 부담하던 실세금리의 양성화에 불과해 새로운 금리부담증가로 보기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제일은행 종합기획부의 김부길 부장은 『금리자유화로 인한 변화는 은행 못지않게 기업체가 더 민감하다』며 『명목금리가 실세화되는 만큼 꺾기가 줄지 않으면 업체 스스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나친 금리인상 충격은 은행측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수출부진등으로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금융비용부담이 늘고,나아가 부실화될 경우 은행도 그 영향을 받게되고 당국의 개입을 불러들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번 1단계조치로 기업들의 추가 이자부담은 연간 약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의 당좌거래기업을 약6만개로 잡을때 연간 추가부담이 회사당 평균 1백30여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업계◁
전경련측은 이번 1단계 자유화조치로 기업들의 추가부담 규모가 연간 6천억∼9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전경련 부설)의 남주하 박사는 자유화대상 대출금잔액을 30조원으로 잡고 이번에 금리가 2∼3%포인트 오르면 추가부담이 이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명목금리만 오를뿐 기존의 꺾기등은 거의 줄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주)대우의 이백종 자금부장도 『이번에 금리가 인상되는 것만큼 기업들의 부담이 그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은행들의 예금유치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진다고 볼때 명목금리가 오른다하여 기존의 「꺾기」예금을 찾아가도록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자금담당 이순학 전무는 통화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금리를 자유화하면 은행들의 선택폭은 크지만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라며 금리인상부담을 걱정한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자유화조치로 은행측이 차등금리적용에 대은행 수익기여도를 대폭 고려함에 따라 기업들의 은행예속이 심화될 것으로도 우려한다.
이와 함께 이번에 단기대출 금리만 자유화됨에 따라 은행여신이 단기화할 가능성이 더욱 높으며,기업들은 매출부진에 따른 운영자금조달때 금융비용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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