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고지에 오른 한성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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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팀창단 5년에 불과한 햇병아리 무명팀 한성대를 대학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동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한골먹으면 두골 넣는다」는 오만에 가까운 오기였다.
이름난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 감독이 조련하는것도 아닌 한성대가 초겨울 쌀쌀한 날씨에 아랑곳없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2천여 응원단에 보여줄수 있었던 것은 정말 악착같이 뛰는 정신력밖에 없었다.
「쓰러져도 그라운드에서 쓰러지자」는 비장한 각오로 한성대는 결승에 오르기까지 5경기중 3게임을 역전승으로 따냈고 결승에서도 1-0으로 패색이 짙던 후반 동점골을 터뜨려 연장까지 끌고가는 무서운 뒷심을 보였다.
89년 왕중왕축구대회 대학부8강, 올해 봄철연맹전 (5월) 8강등 창단후 이제껏 8강진출 두차례가 역대 최고성적으로 입상경력이 전무한 한성대의 최대약점은 절대적인 실전경험 부족.
매대회 초반탈락은 선수들의 경험쌓을 기회를 앗아갔고 선수들의 미숙은 또다시 1회전 탈락이란 악순환을 초래했다.
결국 정은식(35)감독이 고육지책으로 고안해낸 것이 실점보다 더 많은 골을 넣자는 화끈한 공격축구.
그러나 여대에서 78년 남녀공학 단과대학으로 바뀐 한성대에는 정감독의 작전구상을 소화해 낼 정규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이 없었다.
동대부고·광운고·제일은등 축구장이 있는 팀들을 찾아 구걸(?)하며 서울시내를 누비지 않은곳이 없었다.
하지만 운동장 없는 것보다 한성대팀을 더 가슴아프게 한 것은 운동장을 빌리러간 한성대팀을 소개할 아무런 수식어, 즉 입상경력이 없던 것이었다.
○○대회 우승팀은 고사하고 「3위」라고 소개만 할 수 있었던들 하는 서글픔에 가슴을 치곤했다.
결국 이같은 열악한 조건들에 굴복되지않은 「한번 해보자」는 젊은 감독과 선수들의 의기투합이 전국규모대회 첫 우승의 금자탑을 일궈냈다.
이제 한성대는 운동장을 빌리러 갈때 「91가을철대학연맹전 우승팀」이라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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