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 과학학회 초대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이태령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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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화재는 섣불리 손대서는 안됩니다. 복원이라는 것이 문화재를 관광용으로 전락시키면서 역사성을 손상시킬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 창립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이태령박사(68·서울대명예교수)의 문화재 보존철학이다. 금속·건축·고분자화학등 얼핏보면 문화재와는 별반 상관없는 분야의 전문가 2백여명 모여 학회를 만들었다. 회장인 이박사도 평생을 교단에서 화학만 가르치다 재작년 정년퇴임했다.
『문화재는 한번 망치면 다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각분야의 훈련된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면밀한 조사를 거친후 복원하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의 경우 고고학자나 미술학자들이 도맡아해온 것이 안타까웠다』는 이박사는 지난 66년 공주 6호 고분을 외국인과 같이 둘러본 것이 문화재와 인연을 갖게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후 이박사는 석굴암 보존작업등에 참여하면서 문화재를 관광용 전시물 정도로 취급하는 정부의 정책에 경종을 울려왔다.
『서양의 경우 흠집·자국등도 중요시하면서 문화재의 복원에 수십년씩 걸리는 정성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역사성을 무시하고 복원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는 보존철학이 없는 까닭인데 우리의 경우도 이와 같다』고 이박사는 설명했다.
보존과학을 위한 단체로는 미국의 AIC, 일본의 문화재연구회를 들수 있으나 학회형태로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강조하는 이박사는 『외국의 경우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각종 압력단체·유관기관들이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해 제목소리를 내며 원형휘손을 막고 있으나 우리는 너무 쉽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보존과학학회가 앞으로 문화재 보존철학·보존윤리를 확립해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재 보존과학학회는 앞으로 년 2회정도 학회지를 발간하고 강연회·뉴스레터 발행등도 준비하고 있다.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보존과학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킬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기쁘다』며 이박사는 『다양한 전공자들의 모임이 종합적인 보존과학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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