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청약 7000명 몰려 4명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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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2일 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되는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 청약 대기자들이 한데 몰려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건설회사 측은 청약이 과열 현상을 보이자 인터넷 청약으로 방식을 바꿨다.[연합뉴스]

인천 송도 국제도시 프라우 오피스텔의 청약접수에 12일 70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수 창구가 아수라장으로 변해 청약이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코오롱건설은 인터넷 청약 접수로 전환하기로 했다.

건설교통부는 오피스텔 청약에 과열이 빚어지자 이날 오피스텔도 인터넷을 통해 청약을 받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주택과 달리 업무용인 오피스텔에 대해선 인터넷 청약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 접수가 중단되면서 밤샘 줄서기를 한 청약 대기자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 흥분한 사람들은 모델하우스 인근의 갈대밭에 불을 질러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중단된 청약접수=프라우 오피스텔 청약은 애초에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송도의 모델하우스 에서만 접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청약이 시작되자마자 모델하우스 앞은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새치기를 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경호원들이 혼잡을 우려해 수천여 명의 대기자를 모델하우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기다리다 지친 청약 희망자들이 저지선을 뚫으면서 혼잡이 극에 달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씩 기다려 온 인파는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모델하우스 앞에서 엉켜 "빨리 청약을 재개하라"며 유리문을 두드리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인파에 밀려 네 명이 다쳤다.

혼잡을 통제할 수 없자 분양대행사인 세원미의 권준성 부사장은 오후 2시쯤 "청약자끼리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안전사고가 우려돼 현장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 청약 일정과 방법을 13일 중으로 밝힐 계획이다. 다만 이날 오전 청약 접수를 마친 600여 명에 대해서는 접수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건교부, 또 뒷북 행정=건설교통부는 오피스텔 청약이 과열돼 혼란이 빚어지자 급히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인터넷 청약을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근 건교부 도시환경기획관은 이날 "송도 오피스텔 청약처럼 과열 양상이 예상되면 인터넷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시.도에 행정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행정지도를 하더라도 업무용 오피스텔에 대해선 인터넷 청약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 건설업체가 인터넷 청약을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모(52)씨는 "정부와 시행사는 11일 밤에 대기자가 7000여 명을 넘어서 대혼란이 예상됐는데도 무책임하게 현장 청약을 강행해 혼란을 부추겼다"며 당국과 시행사 측을 비난했다.

◆투기판이 된 이유는=송도의 코오롱 오피스텔이 투기판이 된 것은 평당 분양가가 650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반값'이었기 때문이다. 인근 오피스텔의 시세가 평당 100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권을 파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송도가 투기과열지구이지만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합법적으로 전매할 수 있다는 점도 투기 열풍을 부추겼다.

한 부동산업자는 "오피스텔은 청약 자격에 제한이 없고 아무 때나 되팔 수 있어 앞으로 분양가가 싼 곳이 나오면 이런 혼란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정기환 기자,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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