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그후 한 달, 첫 단추는 잘 뀄지만…북한 17일 핵 신고 여부가 분수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13 합의 이후 30일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건 별로 없었다."

12일 북핵 협상을 실무 총괄하는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2.13 합의에 따라 구성된 '북.미 관계 정상화' 등 5개 실무그룹 회의가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자 협상인 북.미, 북.일 수교 회담은 한 차례 만남을 끝내고 다음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19일 6자회담을 앞두고 '에너지.경제협력' 등 3개 실무그룹도 현안 논의에 들어간다.

5~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수교회담은 소득이 있었다는 평가다. 북한과 미국은 관계 정상화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에선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절차.시한과 불능화가 진행될 때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미국의 단계적 상응 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논란이 됐던 고농축우라늄(HEU)의 실체 규명을 위해 전문가 협의를 갖기로 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난항이 예상됐던 북.일 관계 정상화 회담은 양국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납북 일본인 문제 등 의제 설정을 둘러싸고 이견만 확인한 채 첫 만남을 끝냈다. 이 회담은 핵 폐기와 북.미 협상 속도에 연계될 가능성이 커 낙관도 비관도 이르다.

핵 폐기 일정의 첫 분수령이 될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가 17일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핵심 쟁점은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과 HEU의 규모와 핵무기까지 성실하게 신고할지 여부다.

협상 전략상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핵시설의 신고를 분리할 가능성이 커 HEU와 핵무기를 목록에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핵시설 폐쇄가 진행되고 불능화의 윤곽이 잡히면 북.미 수교협상이나 평화체제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