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턱없는 사교육비로 고통받는 부모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올 들어 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 학부모.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등록금.학원비.교복 등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물가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7%나 올랐다.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6배다. 대입 학원비.가정 학습지 등 사교육이 주범이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과외비.교복비 등을 감안하면 학부모들이 느끼는 상승률은 5.7% 정도가 아닐 것이다. 돈 없어 애들 교육 못 시키겠다는 한탄까지 나올 정도다.

주요 원인은 우리 교육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있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하니까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탁상공론 속에 오락가락하기 일쑤인 정부 대입정책을 생각해 보라. 불안한 학생들은 앞다퉈 사교육으로 몰리고, 기고만장해진 사교육기관들은 멋대로 교육비를 올린다. 경제 사정이 나빠 실업자가 늘고 학벌이 더욱 중시되니까 장래를 걱정해 어린 자녀에게 각종 사교육을 시킨다. 이게 싫어 아예 조기유학을 보내는 가정도 늘어난다.

교육비에 짓눌리는 가정 문제가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가 됐다. 빚을 내서라도 교육을 시키다 가계(家計)가 엉망이 된 가정도 많다. 심지어 부모가 자살까지 하는 일도 벌어졌다. 교육비가 부담돼 자녀를 갖지 않으려는 가정도 많아져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켰다. 자녀 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지면 중산층이 붕괴되고, 사회의 양극화는 한층 심해질 것이다.

모든 국민이 부담 없이 교육받고, 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정부의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선 터무니없이 인상한 업체를 단속하는 등 거품을 빼야 하지만, 근본적으론 학교 교육을 살려야 한다. 학교 교육을 살리려면 교육에서 평등주의를 떨쳐 버려야 한다. 각자의 성취 정도에 따라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왜 사교육에 매달리겠는가. 최소한 자립형사립고.특목고 등에 대한 규제라도 먼저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