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버튼 미국 본사, 두바이로 옮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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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해외영업 강화=이 회사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본사 이전 이유는 해외영업 강화다. 세계 2위의 유전 탐사 서비스 및 관련 장비 업체인 핼리버튼은 원유가 중동에서 집중 생산되는 탓에 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번다. 게다가 최근 중국.인도 등의 석유 수요가 늘면서 회사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226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매출액의 55%를 미국 밖에서 거뒀다. 또 전체 4만5000명의 직원 중 1만6000명은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근무한다. 핼리버튼사는 "데이비드 레사르 회장 사무실을 포함, 텍사스의 본부를 두바이로 옮기면 이 지역에서의 영업 활동이 훨씬 원활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 네번째 석유 생산국인데다 아시아에서도 가깝다.

◆ 두바이의 친기업 환경=두바이의 개방적인 환경도 핼리버튼의 본사 이전을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AP는 "두바이의 자유시장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세제와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두바이는 실제로 경제자유구역을 설치하는 등 해외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로 최근 세계 비지니스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HSBC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최근 '두바이 인터내셔널 파이낸셜 센터(DIFC)'에 지사를 설립했다. 미 언론들은 핼리버튼의 이번 행보로 본사를 두바이나 런던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사 회피책"=그러나 핼리버튼의 본사 이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핼리버튼이 이라크 공사 관련 특혜 수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KBR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생겨난 각종 군 관련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연방정부 조사 결과, 미 정부가 지불한 이라크 관련 공사대금 중 100억 달러가 과다 청구됐으며 이중 27억 달러를 핼리버튼이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미 의회 차원에서 핼리버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핼리버튼측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 "두바이로 본사를 옮기더라도 텍사스 사무실은 계속 운영할 것이며 미국 기업으로서의 법적 지위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919년 설립된 핼리버튼의 본사 이전으로 미국의 석유.가스업계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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