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암·척추 수술 후 "목소리가 이상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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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이 200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병원을 찾은 4급 장애 수준의 성대마비 환자 408명을 조사한 결과 암 등 각종 수술 후 발생한 후천적인 목소리 장애 환자가 전체의 76.5%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갑상선암 수술 후 발생한 성대마비가 30.6%(125명)로 가장 높았고, 폐암 수술 10.3%(42명), 심장 수술 9.8%(40명), 후두부 수술 8.1%, 교통사고 5.9%, 뇌경색 4.9%, 척추 등 기타 수술 후 장애가 6.9%로 나타났다.

성대가 마비되는 것은 수술 도중 성대를 움직이게 하는 신경을 불가피하게 잘라내야 하기 때문.

김 원장은 "뇌에서 후두까지 가는 신경 통로 중 어느 부위라도 손상을 입으면 성대가 닫히지 않는다"며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성대가 닫히지 않아 사레가 잘 걸리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대마비를 방치할 경우 성대 근육이 퇴화돼 영원히 발성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수술 후 목소리 장애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자연 치유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성대는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다. 성대 근육에 보형물을 집어넣어 말을 할 때 성대가 닫히도록 도와준다. 수술은 마취 없이 진행된다.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는 후두근전도를 이용하기 때문. 근전도를 통해 손톱 크기만 한 성대를 찾으면 미세한 바늘을 찔러 보형물을 주입한다. 성대 성형술을 받고 4개월 만에 87.3%(356명)의 환자에서 새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호흡이 편해지는 등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보통 1회 시술로 치료되지만 오랜 시간 마비를 방치한 사람은 여러 차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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