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애타는 모정/출산위해 미로 도강(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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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애는 잘사는 나라 시민되도록…”/텍사스접경 조산원 성업
미 텍사스주 남부 동쪽끝 브라운스빌시에서 서쪽 라레도시까지 2백40㎞에 이르는 멕시코 국경선 주변엔 조산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멕시코계 미국인인 이들 조산원들의 고객은 임신한 멕시코 여인들이다.
미국에서 출생하는 어린이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인정하는 미국의 출생지주의(속지주의) 정책을 이용,자식만이라도 가난한 멕시코인이 아니라 잘사는 미국인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멕시코 임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고 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어머니가 미국에서 10년을 살았건,단 1초를 있었건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이에게 미국 국적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텍사스주와 멕시코간 국경을 이루고 있는 리오그란데강 북쪽 미국 지역엔 이같은 조산원이 모두 1백40여개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한번 몸을 푸는데 드는 비용은 2백∼7백달러선이다.
멕시코 임부들은 출산일이 가까워지면 남편과 함께,혹은 홀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이들 조산원을 찾아가는데 이들이 동시에 몰릴 경우 조산원이 잇따라 애를 받아내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가난한 멕시코 여인들이 여유가 없어 산일에 너무 촉박해서 조산원을 찾기 때문에 웃지못할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조산원을 찾지 못해 헤매던 임부가 미국 병원에 보내지는가 하면,임부가 멕시코 국적임을 안 병원이 임부를 급히 멕시코로 되돌려 보내다 국경 중간에서 분만,국적을 가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 81년 병원에서 앰뷸런스에 실려 멕시코로 추방되던중 국경 다리위에서 분만했던 한 멕시코 여인은 미 인권운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를 쫓아 낸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손해배상금을 타기도 했으나 아이를 미국 시민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텍사스주의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조산원들의 성업은 미국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원치 않은 편법적인 시민권자가 하루에 수백명씩 증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임산부들의 월경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강을 건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일부 조산원과 임산부들이 출산후 미국 시민권을 보증하는 백지 출생증명서를 암시장에서 거래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 병원들은 조산원의 성업으로 무자격 조산원들 수가 늘어나고 있을뿐 아니라 출산중 응급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조산원들의 자질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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