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없이 1시간만에 합의/남북여성대표 접촉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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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제 채택때마다 박수… 줄곧 화기애애
○…9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여성대표 접촉은 한가지 의제가 합의될때마다 함께 박수를 치는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의외로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고 1시간만에 종료.
논란이 예상됐던 개최일시 문제는 남측이 『북측이 제시한 12월7일은 일본대표단의 일정때문에 곤란하다』며 당초보다 1주일 연기된 11월25일을 제의하자 북측이 『우리가 연기코자한 것은 여연구 부의장의 건강때문이었다』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합의에 도달.
여부의장은 고혈압으로 최근 입원한 적이 있으며 건강때문에 이날 판문점에도 헬기를 타고 왔다고 이우정 대표가 전언.
북측대표단 구성문제도 처음에는 북측이 대표단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남측 이대표가 호텔사정 및 비용 등을 이유로 15명이상은 곤란하다고 하자 북측은 이의없이 이에 동의했다.
○…양측은 북측대표들의 서울 체류일정에 대해서도 쉽게 합의했다.
북측이 여대표의 건강을 이유로 경주방문일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자 남측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면서 대신 여성근로자가 많은 수원 삼성전자와 용인민속촌을 안내하겠다고 해 결국 이대로 합의.
여대표는 또 남측이 준비한 일정에 들어있던 공덕귀 여사(윤보선 전대통령미망인)자택방문대신 이대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는데,이에 대해 남측 이우정 대표가 『모교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면서 이대측의 동의를 구해 성사시키겠다고 응답.
○…양측대표들은 이날 10시정각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서로 볼을 비비며 『인구의 과반수나 되는 여성들이 이제야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게 돼 참으로 역사적』이라고 의미를 부여.
북측의 여대표와 김선옥 대표가 각각 『이제까지 판문점은 남자들의 무대였으나 이제는 여성들이 잘해보자』『남자들이 하는 고위급회담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남측 이우정 대표가 『여성들이 앞장서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앞당기자』고 화답.
북측대표들은 『요즘도 왕십리에서 김장용채소를 가져오느냐』고 물었으며,이에 남측대표들은 『거기는 완전히 도시가 돼버렸다. 채소는 안양이나 시흥등지에서 들여온다』고 응답하는 등 여성다운 체취가 담긴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접촉이 끝난 후 북측 정명순 대표는 선물할 옷을 준비하겠다며 미리 준비해온 줄자를 꺼내 남측대표들의 치수를 차례로 재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 동경 1차세미나때 양측이 한복 1벌씩을 교환키로 약속하고 치수를 재두었으나 북측이 치수기록을 잃어버린데 따른 것.
정대표는 『이효재 대표가 마침 한복을 입고와 재기가 좋다』며 반가워했는데,치수를 재는 동안에도 양측대표들은 서로 껴안으며 이날 합의를 자축.
○…이화여전 문과 49년 입학동기생인 남측 이효재·윤정옥 대표와 북측 여대표는 접촉이 끝난후 헤어지기가 섭섭한듯 『20대에 헤어져 60대에 만났구나』라면서 오랫동안 포옹.<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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