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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조사 기간 줄어들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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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본 협상에서 합의된 동의명령제가 우리나라의 공정거래 관행을 크게 흔들어놓을 전망이다.

동의명령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이 피해보상과 시정 약속을 하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하면 그것으로 더 이상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사건이 종결되는 제도다. 재계는 길게는 몇 년씩 걸리던 공정위의 조사 기간이 줄 것이란 점에선 환영이지만, '경제검찰' 공정위의 권한이 더 세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일단 시작되면 심하면 2년씩 이어지면서 엄청난 부담과 영업 차질을 가져왔다"면서 "신속히 조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동의명령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기업의 목줄을 죌 수 있는 공정위에 더 큰 재량을 주게 되면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 같은 기업결합심사에서 동의명령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는 6개월까지 소요되고, 업체의 자료 제출이 늦어질 경우 기간은 더 늘어난다. 이때 동의명령제가 도입되면 양측이 이른 시간 내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받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제도를 이용해 미국 법무부에 '윈도 소스코드 공개 및 소프트웨어업체 기술 지원' 등을 약속하며 회사 분할 위기를 벗어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도입될 동의명령제는 미국과는 좀 다르다. 중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는 동의명령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과징금 부과 대상의 불공정 거래는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큰 실익이 없어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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