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각성의 현장
조동일 지음, 학고재, 232쪽, 1만3000원
경북 영주 부석사에서 신라 시대 고승 의상의 자취를 좇는 글이 대표적이다. 부석사를 보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단다. 아름다움을 눈으로 즐긴 다음 부석사를 세운 의상대사와 중국 소녀 선묘의 애달픈 인연에 젖는다. 전설에 귀 기울였으면 문헌을 파고들어 내력을 알아본다. 또 의상의 저술을 살펴 그의 설법 내용을 궁구하니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안으로 본 것에다 심안으로 본 것을 보태고,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을 합치는 방법이다. 부석사를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의상이 말한 바에 내가 본 것을 가지고 시비하란다. 이렇게 보면 스산한 절터, 고쳐 지은 정자, 닳아버린 석비 그 어느 하나 뜻이 없는 것이 있을까.
"부석사 안양문을 거쳐 무량수전으로 올라 갈 때에는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길을 찾았다고 해서 그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안 된다. 그냥 가기만 하는 길은 담과 다를 바 없다. 방향을 바꾸는 비약이 있어야 담이 다시 길이 된다." 부석사 답사기인 '마음이 트이니 길이 열린다'에선 건물 배치에서까지 선인들의 속내를 헤아린다.
다시 책을 들춘다. 글은 정갈하고 내용은 그윽하다. 보고 듣고 느낀 것만이 아니라 역사와 문학, 철학이 깃든 덕이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