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T] '인터넷 가상친구' 만들어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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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친구가 많은 것처럼 보여줍니다.' 미국에서도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때 개인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지원자의 친구 관계, 사회성을 미리 파악하려는 곳이 늘면서 홈페이지에 '멋진 친구 사진'과 '좋은 글' 등을 올려 주는 업체가 등장했다고 뉴욕타임스 최근호가 전했다.

미 샌디에고 출신의 브랜트 워커가 운영하는 페이크유어스페이스닷컴 (FakeYourSpace.com)은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닷컴(www.mypace.com) 등의 이용자에게 친구 사진과 글 등을 올려주는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한 달 이용료는 99센트(약 930원) . 이 사이트는 하루 방문자가 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워커는 최근까지 고객의 개인 홈페이지에 '좋은 글'과 함께 사진 사이트 '아이포토스탁'에 '멋진 친구' 사진을 찾아 올려줬다. 그러나 아이포토스탁 측이 이런 사실을 알고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해 워커는 모델에이젼시 등과 제휴해 새로운 사진을 확보할 예정이다.

사진과 함께 올리는 글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워커와 직원 두 명이 직접 작성해 올려준다. 다만 ▶타인을 협박하는 글▶불법적인 내용▶포르노 사진 등은 제공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그래픽과 멀티미디어를 전공한 워커는 마이스페이스닷컴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보던 중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좋은 친구들이 많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 사람들이 좋은 친구가 많은 것처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워커의 이런 사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워커는 "남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고자하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상의 외톨이를 사회적으로 인기 높고 평판 좋은 인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마이스페이스닷컴과 같은 사이트는 워커의 아이디어를 금지하는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고 않다.

뉴욕타임스는 "페이크유어스페이스닷컴이 제공한 것이 정직한 내용은 아니지만 사이트에 올리는 사진 등의 콘텐트만 합법적으로 확보한다면 현재로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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