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1주택자 "실거주자 재산세 인상 말이 되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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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서울 강남권 등지의 공동주택 재산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산세 인상 계획은 정부가 수차례 발표해 그동안 시세 하락분에 반영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10.29대책 때 발표한 보유세 인상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첫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E부동산 관계자는"강남권 고가주택의 재산세가 지금보다 최고 7배 정도 늘어난다고 하지만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S공인 崔모 사장도 "투자자들이 주택거래 신고제나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며 "재산세 인상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큰 변수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재산세 인상으로 1가구 1주택자들은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주부 車모(39)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 한 채 갖고 있는 데 재산세를 대폭 올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1가구 1주택자까지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원구 한 중개업자는 "강북권의 경우 대형 아파트만 재산세 부담이 줄고 중소형은 되레 늘어난 것 같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세무사들은 시.군.구별로 재산세를 올리는 지역(2백9곳)이 낮추는 지역(25곳)에 비해 8배 이상 많아 정부가 집값 안정을 이유로 세금만 거두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집주인이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치에 이어 2005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보유세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어서 집주인들이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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