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권 경쟁 '노선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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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왕복 항공권 가격이 9만1000원. 국내선 가격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다녀오는 둥팡(東方)항공 항공권 가격이다. 항공 여행 비수기인 초봄을 맞아 국제 항공권 가격이 끝없이 내려가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옌타이(煙臺)는 11만9000원, 칭다오(靑島)는 12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중국 노선뿐 아니다. 대만 타이베이(臺北)는 20만원 내외, 태국 방콕은 30만원 내외의 항공권이 나와 있다. 일본의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를 경유하는 미국.유럽행 항공권도 60만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다. 국적 항공사의 직항편도 가격이 80만원 남짓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중국발 저가 항공권 경쟁이 전 세계 노선으로 번지는 셈이다.

물론 항공권 가격만으로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공항 이용료.유류 할증료.세금 등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권 가격이 10만원 내외인 중국 노선의 경우 3만원 남짓인 유류 할증료 등을 더하면 8만원 정도 된다.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20만원 가까이 붙는다. 이를 감안해도 중국 노선 가격은 주말 제주도 왕복 항공권 가격 16만8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료 인하 경쟁은 지난해 6월 중국 산둥(山東)성과 하이난(海南)섬에 대한 한.중 항공자유화 협정이 맺어지면서 시작됐다. 항공자유화는 취항지와 운항 편수를 항공사가 자유롭게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중국 둥팡항공이 40만원 선이던 항공 요금을 24만원으로 내리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번 달 들어 비수기가 시작되면서 저가 경쟁은 절정에 달했다.

항공사들이 싼값에 항공권을 파는 이유는 빈 좌석으로 운항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 잠재 고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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