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별회견 전문] "개헌은 대통령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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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회견문 전문.

헌법 개정 시안 발표에 즈음한 기자회견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부는 오늘, 헌법개정 시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개헌 시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를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독재를 막기 위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시대의 변화와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습니다. 대통령 단임제는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정치를 훼손하고, 국가적 전략과제 추진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역대 세분의 국민 직선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탈당하였고, 저 역시 그 벽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4년 연임제를 통하여, 대통령과 여당이 임기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불일치에 따라 전국단위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선거때마다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고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대한 국가 과제 추진이 지체되거나 장애에 직면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국정 혼란과 갈등 요인을 제거하고, 대통령과 국회가 보다 책임있게 국정에 임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불일치는 여소야대 정치구조를 만드는 주요 요인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내린 오늘의 한국 현실에서, 국정으 ㄹ책임지고 일하는 세력보다 반대하는 세력이 다수를 형성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구조는 아닙니다. 변화의 속도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중대한 국가적 과제와 민생과제들이 지체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면 '87년 이후 일상화되고 있는 여소야대 정치구조를 극복하여 대통령과 여당이 보다 책임있게 일하고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는 정치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번 헌법개정 시안은 결국 국정의 책임성과 연속성, 그리고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고시켜, 21세기 국가발전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제안하는 이 개헌안이 지고지선도 아니고 완벽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보다 많은 부분에 관해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권력구조에 관한 저의 소신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개헌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1단계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불일치라는 정치적 이해 상충 요소를 해소시키지 않고는 향후 어떤 개헌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정치구조 위에 있기 때문에, 1단계 개헌을 통하여 개헌의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향후 대한민국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합의하는 본격적 개헌 논의의 첫 관문을 열어놓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헌법 개정시안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 학계, 국민여러분의 활발한 토론과 공론화를 당부드립니다.

제가 제안한 개헌은 저의 대선 공약이었을 뿐만아니라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비롯하여 그동안 각 정당과 정치 지도자, 언론과 학계 등에서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또한 국민 여론의 60~70%가 공감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개헌 논의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논의조차 거부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적 과제를 대선의 유불리로만 재단하는, 그야말로 정략적 행동이 나라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비이성적인 상황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생명은 대의명분과 국민의 신뢰입니다. 선거에서 약속하고 국민앞에서 계속 주장했던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 제안하니까 반대하고 뒤집는 불신의 정치는 이제 극복되어야 합니다. 만약 태도와 입장을 바꾼다면 합당한 사유와 근거가 제시돼야합니다. 자신이 한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정치의 신뢰회복이 필요합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저의 개헌 제안이 정략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왜 정략적인지 아무런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은 개헌의 구체적 내용과 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채, '개헌은 차기정부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있습니다. 차기정부에서 개헌이 성사되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해야 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그동안 각 정당과 정치인,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은, 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만료가 거의 일치하는 올해야말로 20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올해를 흘려보낸다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미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차기 정부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제 정당과 대선후보 희망자들에게 촉구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개헌은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에게도 유불리를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오직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일이며, 다음 대통령의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것입니다. 역사와 구각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정부가 내놓은 헌법개정 시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화를 촉구합니다.

한나라당은 '차기정부 개헌'을 주장하면서도 그 내용과 일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공당과 정치지도자라면,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를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차기 정부 개헌 추진의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책임있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새로운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 제 정당과 대선후보희망자들이 책임있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저는 제 정당대표 및 대선후보 희망자들과 개헌의 내용과 추진일정 등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할 뜻이 있음을 밝힙니다. 각 당이 당론으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의 내용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것이 합의가 되거나 신뢰할 만한 대국민공약으로 이뤄진다면, 저는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와 국회에 넘길 용의가 있습니다. 다만 , 이 합의나 공약에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지금 제가 제안한 내용의 개헌은 반드시 발의하고 통과시킨다는 것이 당론으로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의 이 제안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응답이나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저는 저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음 임시국회에 맞춰 개헌안을 발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정당 및 대선후보 희망자들이 저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있게 임하여 이른 시일내에 신뢰할 만한 대안이 국민 앞에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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