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일관련서적 늘어난다|"성장비결 바로알자"|동구변화후 국제정치관계등 분석|번역위주서 국내학자 저술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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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소련 공산당 몰락 이후 일본관련 도서의 출판이 부쩍 늘고 있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풍성해졌다.
9월 이전에는 일본기업의 경영기법을 얄팍하게 소개한 번역서가 판을 쳤으나 요즘은 국제역학관계·역사·문화·언어등으로 관심영역이 넓어지고 국내 연구자들의 노작들도 많이 눈에 띈다.
서점가에서는 군사력 중심에서 경제력 중심으로, 미·소 양극체제에서 미·일·유럽의 다극체제로 세계질서가 재편됨을 피부로 느낀 우리독서계의 의미있는 변화로 풀이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뜻있는 출판인·서점인들은 제대로 씌어진 『일본통사』 한권 출간되지 않는 출판풍토에 우려를 표명해온 게 사실이다.
세계 각국이 일본의 급성장을 경계하며 일본을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는 반면 36년간 지배를 받아온 우리만 유독 무모할 정도로 일본의 잠재력을 과소 평가해온데 따른 노파심일 것이다.
지식산업사 대표 김경희씨는 『오늘의 국제정세가 1백년전 개화기 때와 매우 닮았다』며 『경제대국에서 정치·군사대국으로 팽창하고 있는 일본을 제대로 알고 세계질서 재편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 민족번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루 평균 한권 꼴로 쏟아지고 있는 일본관련 도서중 『일본의 외교정책』(을유문화사), 『일본 자본주의논쟁』 (지식산업사), 『일본기업의 야망』(비봉), 『돈많은 일본 가난한 일본인』(삶과꿈)등 네권이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
외교안보연구원 신희석교수가 쓴 『일본의 외교정책』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집중 분석했다.
또 일본의 외교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러한 정책전환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그와 같은 와중에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하고 있다.
『일본 자본주의 논쟁』은 1920∼30년대 정치·경제적 위기를 맞아 좌우로 갈려 벌인 일본학자들의 자본주의논쟁을 미국의 여류경제학자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망한 책.
전전 일본과 비슷한 발전단계에 있는 저개발국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뿐 아니라 80년대 들어 우리 사회과학계에서도 활발히 전개된 한국 자본주의 논쟁의 한계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연구과제를 선정하는데도 적지 않은 참고가 된다.
일본경제신문사 기자들이 쓴 『일본기업의 야망』은 경제대국 일본을 이끌어온 일본기업 성장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세기의 주역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기업의 변신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일본기업성장의 원인은 종신고용제도·연공서열형 임금제도·노사화합등 세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안으로는 「일보다 생활의 질」을 찾는 젊은이들이 급증, 기업변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업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인사의 세습화·경직화를 막고 기업의 번영이 종업원 각자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경영시스팀을 재정립하여 인간관계를 존중하는 일본식 기업관을 전세계에 수출할수 있을 때 21세기 세계제패도 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달리고 있는 일본은 날려고 몸부림치는데 걷고 있는 우리는 되레 기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움을 준다.
유영준씨(생산기술원 HDTV단장)가 일본인의 의식, 정치궤적, 무역마찰, 일본공업의 힘, 변화하는 국내외환경등 일본의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파헤친 『돈많은 일본 가난한 일본인』은 소형일본 백과사전.
유씨는 서문에서 『일본인의 다테마메(겉치레)와 혼네(속셈)만이라도 이해한다면 우리의 2000년대는 달라질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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