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북핵 해결 의미있는 첫걸음 떼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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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북핵 해결과 북.미관계 개선의 첫걸음을 의미 있게 떼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체제.안보.경제 등 모든 문제를 핵 카드로 한번에 해결하려는 북한의 전략을 고려한다면 낙관은 이르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섰다.

◆"밑그림 잘 그려가고 있다"=서울대 이근 교수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조언을 수용해 북한의 요구 조건을 진지하게 들었다는 점만도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북핵 줄다리기가 북.미 갈등 구도에서 북한 대 국제사회의 게임 양상으로 변했다"며 "북한도 이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과거처럼 억지를 부리거나 판을 깨지 못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북.미 대화가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창현 국민대 교수는 "북.미가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만족감을 표하는 것 같다"며 "2.13 합의 대로 북.미가 책임감 있게 나간다면 큰 걸림돌은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핵 신고.검증이 고비=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핵 폐기 과정이 본궤도에 오르면 협상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게 북한의 딜레마일 것"이라며 "협상이 겉돌 수 있는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고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상 결정까지 오래 걸리나 한번 마음먹으면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북.미 협상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절차는 동전의 양면 관계와 같다"며 "문제는 다음 단계인 검증 과정에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장은 "대북 제재 완화도 북한의 의중대로 가시화되지 않으면 협상이 교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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