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한국형 용광로 쇳물 뿜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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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는 유(U)자형이다. U자의 왼편 끝 부분에 해당하는 구역은 요즘 매우 분주하다.

다음달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는 포스코의 연산 150만t급 파이넥스 공장 전경.

이곳은 다음달 중순 첫 화입(火入.불씨를 집어넣어 용광로를 가동하는 일)을 앞두고 마무리 점검이 한창인 한국형 용광로 '파이넥스(FINEX)'가 탄생할 곳이다. 3층 파이넥스 상황실에서 만난 신성기 파이넥스 기술팀장은 "수년간 공들여 온 기술이 다음달부터 쇳물을 콸콸 쏟아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오스트리아 VAI사의 코렉스 공법을 변형시켜 1992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차세대 용광로다. 일본과 유럽 등의 선진 기술을 뛰어넘어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쇳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2003년부터 연 60만t급 시험용 파이넥스를 지어 공정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험용 파이넥스를 가동해 온 강태인 공장장은 벌겋게 쏟아져 나오는 쇳물을 가리키며 "우리도 파이넥스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놀랐다. 가동을 하면 할수록 전통적인 고로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4년 8월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위한 연산 150만t급 파이넥스 건설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발생한 포항 건설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늦춰졌다.

지난달 말 부사장에서 승진한 정준양 포스코 생산기술부문 사장이 승진 이후 처음으로 찾은 곳이 파이넥스 현장이다. 2일 이곳에서 만난 정 사장은 "건설 작업은 마무리됐고, 불을 피우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시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파이넥스를 선택한 배경에는 투자비.운영비 절감은 물론 대기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정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전통적인 용광로인 고로는 석탄과 철광석을 각각 코크스와 소결광의 덩어리 형태로 만들어 집어넣는다. 그러나 원료를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이 일반 대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 물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에 비해 파이넥스는 가루 상태의 석탄과 철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말 형태의 석탄과 철광석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도 높다. 공정의 차이 때문에 파이넥스의 황산화물 발생량은 고로의 8% 정도다. 정 사장은 "인도에 파이넥스 200만t급 2기를 건설할 예정인데, 질이 낮은 분말 형태의 인도산 철광석을 이용하려면 파이넥스가 제격"이라고 했다.

포스코가 시험용 파이넥스의 운영을 통해 따져 본 결과 투자비는 고로의 92%, 운영비는 8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가동에 성공한 뒤 이 기술을 중국 등 신흥 개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포항=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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