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어린이 놀이마당 운영 김종임씨|"사랑으로 대할 때 아이들 따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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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종임씨(46)가 경기도 과천시 주공아파트 자택에 도리도리 놀이방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
김씨가 놀이방을 개설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남5여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여 무언가 자신의 일을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긴데다 대학시절 보육학을 전공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유아교육 관련학과를 졸업한 사람은 놀이방을 운영할 자격이 있지만 새로 시작하는 일을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의욕으로 지난해 2월부터 여성신문교육문화원에서 실시하는 놀이방교사교육을 6개월간 받았다.
김씨가 자신의 일에 대해 가지는 열정은 놀이방으로 쓰이는 김씨의 아파트 거실 벽에 붙은 유아관리수칙에 갈 나타나 있다.
김씨가 정한 유아관리수칙은 ▲자기 집이라도 직장 근무자세를 지킨다 ▲어린이가 잘 놀고 있는 중이라도 절대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반드시 아이를 부모에게 인계한다 등 10개항으로 되어있다.
김씨는 스스로 정한 수칙을 항상 잊지 않고 몸에 배게 하기 위해 유아방 문을 연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벽에 붙여놓고 있다.
도리도리놀이방 시설은 김씨의 아파트에 코끼리 미끄럼틀, 덤블링틀과 장난감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베란다를 포함한 10여평 남짓의 거실과 아이들 낮잠 자는 방으로 되어있다.
현재 맡고있는 어린이는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의 오전반 3명과 저녁6시까지 종일반 3명 등 총6명이다.
김씨가 놀이방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낯을 가리는 어린이 다루기 였다고 한다. 엄마와 떨어지자 마냥 울기만 하는 어린이를 끌어안고 자신도 울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고백이다. 또 자신의 아이 6명을 키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김씨는 아이들과 1년동안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아이들은 사람으로 대할 때 따른다』는 평범하지만 변치 않는 진실이라고도 한다. 이는 최근 일하는 엄마와 핵가족화 등 사회변화에 따라 1,2년간 크게 확산되고있는 놀이방 운영자들이 깊이 새겨두어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아내의 어린이방 운영때문에 청주로 전근가 혼자 지내는 남편, 일요일이면 모빌제작·게시판 갈아끼우기 등 환경미화와 아이들 학습재료 준비를 열심히 도와주는 직장생활을 하는 두 딸 등 가족들은 김씨의 하는 일을 적극 돕는 후원자들. 김씨의 놀이방에는 일을 하는 엄마의 아이와 자기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엄마의 아이들이 함께 있다. 그는 『놀이방에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어린이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체험을 얘기한다.
놀이방 보육료는 한 달에 12만∼18만원씩 받고 있는데 놀이방 운영자로서 아이들간식을 제대로 준비하다보니 크게 남는 것은 없지만 보람은 크다고 말한다.
그는 또 『정부가 사회복지차원에서 영세가정어린이를 위해 보육료를 보조해주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도 얘기한다.
대학시절 유치원을 해보는 게 꿈이었다는 김씨는 『노후에 저소득층 맞벌이부부들을 위한 탁아·유아원을 운영할 생각으로 놀이방을 시작하면서 받아온 보육료를 일부 떼어 적금을 붓고 있다』며 늦게 얻은 일이 주는 보람과 희망으로 밝게 웃는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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