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사는 미망인에 희망줬으면…"|『바람과 코스모스』 한글판 낸 재일동포 권병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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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저처럼 남편을 잃고 외롭게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난 86년 재일교포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자서전 『바람과 코스모스』를 발표해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던 권병우씨(66·사업가·재일대한민국부인회장). 그가 5년간 벼른 끝에 한글어판을 내고 25일 힐튼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휘어지지만 끝내 꺾이지 않는 가냘픈 코스모스를 자신에 빗댄 『바람과 코스모스』는 l3세의 어린 나이로 일본유학을 떠나 마흔 한 살에 남편(최맹기씨)과 사별, 빚더미속에서 홀몸으로 5남매를 키우면서 억평산련수 등 3개 회사를 거느릴 정도로 사업가가 된 삶의 역정을 적은 것.
일본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장남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일본을 비판하자 손자가 『그렇다면 왜 일본에 와서 사느냐』고 되묻는 것을 보고 일대기를 남겨 후손들에게 집안을 알게 하고 일본에 사는 이유를 전하자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던 것.
일본에서 1만5천부가 팔린 그의 자서전은 특히 일본인 독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어 『편지를 받은 것만도 수백 통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 중애는 『잘 견디고 살라』는 뜻에서 딸의 결혼 선물로 이 책을 준 이도 있을 정도.
『어감의 차이 때문에 다시 쓰다시피 했다』는 그는 『국내판 책의 수익금은 신뢰할만한 단체에 맡겨 소년소녀가장이나 어렵게 살아가는 편모가정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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