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도 꺽다리가 잘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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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골프가 장신화되고 있다.

5일 현재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부터 9위까지의 키가 모두 1m80㎝가 넘는다. 평균 신장은 1m87㎝다. 10위 루크 도널드(1m75㎝)까지 합쳐도 평균 1m85.8㎝다. 빅4인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의 평균 신장은 1m90㎝에 육박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유형환 전무는 "예전엔 너무 키가 크면 퍼팅을 못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키가 클수록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프로 골퍼 출신 해설가인 조니 밀러는 "1969년엔 남자 골퍼의 이상적인 키를 1m75㎝ 정도로 봤지만 지금 완벽한 체형은 1m85㎝ 이상"이라고 했다.

경마나 체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에서 선수들의 사이즈는 커지고 있다. 둔하지만 않다면 큰 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골프도 '홈런 경쟁'이 되면서 작은 선수는 발을 붙이기 힘들어졌다. 팬들은 화끈한 장타를 좋아하고, 골프대회마다 장타자에게 유리하게 코스를 만들고 있다.

나상욱(1m80㎝)은 "코스 전장이 점점 길어지고, 그린은 더 딱딱해져 롱아이언이나 우드로 세컨드 샷을 하면 그린에 공을 올리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탐스(1m77㎝)는 "다양한 샷을 하는 샷 메이커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불평했다.

키는 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조니 밀러는 "키가 10㎝가량 크다면 한 클럽을 짧게 잡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1m65㎝의 단신인 이언 우스남은 91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제 남자골프에서 이런 '작은 거인'은 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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