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합의 성과… 내용엔 아직 거리/남 실천적 북 선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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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판문점 실무접촉서 합의 도출 기대
23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1일 회의는 양측이 합의문건의 명칭과 형식 등에 관해 합의해 주목되고 있다.
이는 비록 형식에 관한 합의이지만 남북고위급회담의 첫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은 3차 회담때까지는 합의해야 할 내용에서는 합의서 형식에서도 팽팽한 자세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날 양측은 「화해·불가침과 교류협력에 관련 합의서」(남측),「북남 화해와 협력·교류에 관한 기본합의서」(북측)라는 명칭으로 각각 한개의 합의안을 제시한후 이같은 합의서를 단일문건으로 채택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으며 밤샘 실무회의 끝에 명칭 및 앞으로의 타결방안에 첫 합의를 끌어냈다.
합의된 내용은 ▲합의문건 이름을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하고 ▲합의문건의 구성을 5개항으로 하고 ▲그 내용을 5차 회담때까지 판문점에서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정도의 합의나마 끌어낸 것은 지금까지의 회담과정을 감안할때 하나의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양측이 앞으로 하나의 합의서를 만들어낼지는 의문이다.
양측안의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남측 안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데 비해 북측 안은 원칙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불가침선언과 관련,북측 안은 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를 설치하자는 것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남측 안은 군인사 상호방문,현장검증등 실천적인 방안들을 예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상주대표부설치,신문·방송·출판물의 상호개방과 교류,이미 체결한 조약이나 협정의 효력존속등 남측이 필수적으로 합의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대목에 대해 북측은 언급조차 없다.
더욱이 북측이 비핵지대화선언을 고수하면 사태는 더 불투명해진다.
북측의 연형묵 총리는 발언문을 통해 핵무기배치,핵무기탑재 비행기·함선의 영공·영해통과 및 착륙·기항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비핵지대화안을 내놨다.
물론 북측은 이같은 문제제기가 합의서 채택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는 했으나 「긴급과제」로 제시한 이상 상당한 수준에서 이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측은 남한에서의 미 핵무기 철거가 「확인되면」 그때 남북동시 핵사찰에 응할 것이라고 밝혀 더 경화된 입장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국제적 핵사찰 압력에 대응하는 논리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 합의 보다는 양측간의 막외 교섭이 더 중요해 앞으로 5차 회담까지 진행될 판문점 실무교섭이 크게 주목된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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