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양」법정선 벗겨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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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4년여만의 갑작스런 차수파동으로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오대양사건과 관련, 상습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세모 유병고 사장과 김기형 전 개발실차장 및 오대양신도 살해암매장 혐의를 받고 있는 김도현씨 등 9명에 대한 1차 공판이 24일 오전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이번 재판은 87년8월의 집단변사 사건이후 종교와 사채·사기에다 신도상해·암매장부분까지 얽혀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호기심까지 끌었던 만큼 사법심판 결과뿐만 아니라 재판과정도 크게 주목되고 있다.
특히 검찰에서 매끈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오대양 집단변사 원인과 (주)세모에 대한 5공의 비호설, 살해암강범들의 자수동기 등이 법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지도 관심의 초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유 사장은 교도소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으며, 담담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유 사장의 공소사실은 『자신의 사업이 하느님 외 일이며 교회라는 논리를 펴 공동투자·공동사업·공동생활 등 「통용」을 통해 구원파 신도들을 「유병언을 돕는 것이 구원의 길」이라고 유혹, 자금관리 책인 김기형, 사채모집 책인 송재화·강석을·김숙희 등과 공모해 신도들로부터 82년4월부터 87년2월까지 11억9천여만원을 가로챘다』는 것.
오대양사채의 (주)세모 유입과 관련, 송재화 여인을 통해 「개발비」명목으로 유 사장에게 83년11월부터 84년4월까지 25회에 걸쳐 4억6천만원이 건네진 사실이 수표 추적으로 드러났으나 채권자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공소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 사장은 금품수수를 부인하는 데다 설령 수수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더라도 구원파의 사채모집특징으로 볼 때 사기의범의가 없다고 강하게 내세울 것으로 보여 상습사기인정을 놓고 검찰과 피고인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 사장 측은 시종일관 (주)세모의 일부 자금조성에 대해 『신도들이 사업을 위해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자발적으로 낸 헌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종교적인 신념에서 죄의식 없이 저질러진 행위에 대해 검찰은 유 사장이 성경까지 자의로 해석해 거액을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한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할 부담을 안고있다.
검찰은 종교를 내세워 금품을 갈취한 행위가 단순사기보다 훨씬 죄질이 나쁘며 채권자들의 가정파탄과 오대양 집단변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 너무도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는 거짓말 등의 「정황」도 유사장의 양형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소사실이외에 ▲오대양집단변사 진상 ▲1백억원 이상인 오대양사채 조성경위와 행방 ▲오대양과 구원파의 관계 ▲(주)세모와 유 사장에 대한 5공의 비호여부 등도 다시 조명될지 관심이다. 사기행위가 구원파를 매개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분적으로는 거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살해암장범들의 혐의는 자수에 가담하지 않은 이인희씨만 부인할 소지가 있을 뿐 크게 시비가 붙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유 사장 근황=대전교도소의 0·96평짜리 독방에 수용된 유 사장은 소내규정과 교도관들의 지시에 잘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초기에는 다소 심적 동요도 보였으나 곧 교도소생활에 적응했으며 사회의 「거물」 들이 수감됐을 때 대개 나타내는 무력감이나 허탈감등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게 교도소 측의 설명이다.
오전6시30분 기상에서부터 오후5시30분 폐방) 할 때까지 정해진 일과에 따라 생활하며 하루 한차례 1시간씩 허용하는 운동시간에는 일반재소자 20∼30명과 함께 체조와 목 꺾기 등에 열심이라는 것.
관식을 주로 먹고있으나 사식도 가끔 요청하며 독서에도 열중이라는 것인데 지금까지 반입된 책은 「부활」「죄와 벌」「적과 흑」「로미오와 줄리엣」등 고전과 「한·영성경전서」「세계수필선」등이다.
부인 등 가족이 면회를 자주 오며(주)세모 직원들도 가끔 찾아오지만 자신의 재판관련 얘기보다는 회사경영에 대해 주로 지시한다는 것. 아직까지『나는 돈 받은 사실이 없다』며 수감사실에 억울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원과 검찰에는 구원파 신도와 스쿠알렌 판매직원 등 8천4백명이 서명한 2백70건의 「유 사장무죄」진정서가 접수됐다. <박상하·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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