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입늘리기” 행복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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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흑자 급증하자 10월을 「수입의 달」로 선정/각국 높은 비난 목소리 잠재우기 작전
일본정부는 10월을 「수입촉진의 달」로 정했다.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1백9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의 상공부·무역진흥공사 등이 수입을 줄이느라 부산을 떨고 있는 반면 일본 대장성과 통산성은 어떻게 하면 수입을 늘릴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일본의 9월중 무역흑자는 97억5천7백만달러로 월단위로는 사상 최고액.
올들어 9월말까지 일본의 무역흑자는 모두 5백45억달러에 달해 이대로 나가면 연말까지는 지난 86년의 최고치 8백27억달러를 무난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본 무역흑자의 12∼13%를 한국이 「기여」할 전망이다.
일본의 무역흑자 확대는 수출은 꾸준히 증가되는데 비해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지난해까지만해도 기승을 부리던 미·유럽에서의 고급사치품 수입이 격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8월중 대EC 무역흑자는 지난해에 비해 60.9%나 치솟은 17억9천만달러로 10개월 연속상승을 기록했다.
일본의 무역흑자로 세계 각국 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반발도 거세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돈줄이 끊어질까 우려해 대일 비난을 자제했지만 올해는 일본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본이 일본 국내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자 거리낌 없이 일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폐막된 G7(서방선진7개국) 회담에서 『일본의 대외불균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경고성 공동성명이 채택되고 『엔화를 시급히 평가절상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은 그러나 엔화를 평가절상 하더라도 무역수지 흑자가 기대만큼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다고 80년대말처럼 내수중심의 평창정책을 펼 경우 부동산폭등 등 거품경제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는게 일본의 고민이다.
일본정부는 이에 따라 10월을 수입의 달로 정하고 EC(유럽공동체) 등 각지역에 수입촉진단을 파견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다.
국내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수입을 늘리고,또 다른나라의 대일 비난강도를 누그러뜨려 보자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이다.
이에 따라 빗장이 풀린 일본 수입시장을 노리고 각국의 대일 수출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96억달러의 무역흑자로 느긋해하던 대만은 최근 『다른지역에는 수출초과인데 비해 대일교역에서만 9월말 현재 69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대일 수출확대를 외치고 나섰다.
EC도 한편으론 통상마찰의 칼을 갈면서도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급증하는 지역이 EC』라며 일본의 대EC 수입확대를 들고나왔다.
벌써 7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도 대일 수출촉진자금 2천억원을 수출업체에 배정하는 한편 25일에는 무역진흥공사 김철수 사장이 일본에서 직접 수출대책을 점검키로 하는 등 대일 수출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구호로는 「수입의 달」을 내걸었지만 실제로 수입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일본이 중저가 시장에서 아세안지역에 진출한 일본 현지기업의 역수입을 늘리고 있어 국내관계자들은 『요란한 구호속에 실속없는 장사가 되기 쉽상』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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