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도움말 이형구 교수<경희대 한의대·진료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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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30대 후반의 가정주부로 수년 전부터 손발이 차고 저려오다 최근에는 쑤시기까지 하는 등 증세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남편 등 주변 사람들은 산후조리가 잘못돼 몸이 찬 것 같다고 말하는데 사실인지, 아니면 다른 질환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지 궁금하다.

<답>몸의 일부가 찬, 이른바 냉증은 손발 등 사방에서 많이 일어나지만 허리·복부 등 다른 부위에서도 가끔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냉증을 발생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신장. 위장 등 내장기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냉증이고, 또 하나는 산후조리가 잘못돼 생기는 부인들의 냉증이다.
질문만으로는 어떤 원인에 의해 냉증이 발생했다고 확답할 수는 없으나 몸이 찬 증상이 산후부터 계속돼온 것이라면 산후냉증으로 봐야겠고, 그렇지 않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냉증이 생겼다면 40∼50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되는 신장·위장 등의 기능약화로 인한 수족냉증으로 판단된다.
환자발생수로만 본다면 일반적인 수족냉증이 산후냉증보다 약간 많은 편이며, 일반냉증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산후냉증은 산후조리 기간에 찬물을 댄다든지 해서 생기는데, 물이 닿은 부위 어디에나 발생한다.
그러나 치료는 쉬운 편이어서 약을 쓰면 보통 수주일 안에 찬 기운이 풀린다.
약제는 주로 생강·당귀·인삼 등 열을 많이 내는 이른바 거한제를 주로 쓴다.
일반적인 수족냉증은 신체의 기능저하, 특히 양기를 공급하는 위장과 신장의 기운이 약해졌을 때 많이 발생한다.
이 같은 수족냉증은 이들 장기의 병적 상태에 따라 찬 부위와 정도에 차이가 있다. 즉 위장·신장의 기능이 크게 악화돼 있다면 어깨·허벅지까지 찬 기운이 올라오고 저리고 쑤시는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가벼운 상태라면 손·발가락이 약간 찬 느낌을 받을 뿐이다.
일반적인 수족냉증은 산후수족냉증보다 치료가 다소 어려운 편이며 약제 또한. 수개월 이상을 써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각종 냉증을 범이 아닌 듯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냉증은 차고 저리다는 표피적·현상보다 몸 안의 장기에 이상이 있다는 위험신호로 해석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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