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3세대 올인" … SKT·LGT 공동 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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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 휴대전화인 WCDMA(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가 이동통신업체의 경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 2세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 시장은 SK텔레콤이 주도하고 후발 주자인 KTF와 LG텔레콤이 뒤쫓는 형국이었지만 KTF가 3세대 서비스에 가장 먼저 나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KTF가 1일 선보인 WCDMA 전국 서비스인 '쇼(SHOW)'는 첫날 1800여 명, 2일엔 2500여 명의 신규가입자를 모집했다. 전국 서비스 이전 하루 평균 300명이 가입하던 것과 비교하면 6~8배 늘어난 것이다. KTF는 대리점에서 파는 휴대전화중 WCDMA 단말기의 비중을 계속 높이고 특히 내년부터는 기존 CDMA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받지 않을 계획이다. WCDMA에 다 걸기하겠다는 전략이다.

KTF 조영주 사장은 "올해 500만 명으로 예상되는 WCDMA 가입자 중 270만 명을 확보해 3세대 시장에선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KTF는 2010년께 기존 고객의 90%, 2012년께는 거의 모든 고객이 WCDMA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3세대 가입자 증가세를 봐가며 2세대 휴대전화 기지국과 장비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KTF가 2세대 장비를 축소하면 인구가 적은 곳에서 KTF의 기지국(956개)을 빌려 쓰고 있는 LG텔레콤에도 불똥이 튄다.

LG텔레콤은 기지국 사용료로 연간 80억원을 KTF에 내고 있다. KTF 관계자는 "3세대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세대 장비를 줄이거나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LG텔레콤과의 기지국 공유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기존 CDMA 방식과 호환이 되는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를 연내에 시작할 수 있도록 새 장비를 설치하는 한편 KTF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근 통신위원회에 KT가 자회사인 KTF의 가입자를 대신 모집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엔 SK텔레콤도 동참했다. KTF가 KT의 도움을 받아 3세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공동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5월 말로 예정된 WCDMA의 전국 서비스 시기를 이달 말로 앞당기고 1일부터 영상통화 요금을 KTF(10초당 36원)보다 낮은 10초당 30원으로 내리는 등 KTF에 대한 반격 수위를 차츰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고민은 기존 WCDMA 단말기는 기존 CDMA를 함께 쓰는 방식이어서 가격이 비싼데다 5월이 돼야 지금보다 저렴한 WCDMA 전용 단말기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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